세계선수권 값진 동메달
왕리친에 3-4석패
왕리친에 3-4석패
“(유)승민이가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이후 요즘 부진하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폭발할 것이야!” 소속팀에서 ‘탁구황제’ 유승민(25·삼성생명)을 지도해온 강문수 감독은 올해 초 이렇게 말했다. 내동중 3년 때부터 ‘탁구신동’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의 천재성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결승에서 ‘이면타법’(펜홀더형으로, 백핸드를 칠 때 셰이크핸드처럼 뒷면라버를 사용하는 이색적인 타법)을 구사하는 ‘난적’ 왕하오(중국)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유승민은 두드러진 성적을 내지는 못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최고봉에 오른 뒤 찾아온 부진이었다. 그런 유승민이 오랜 부진의 터널을 뚫고 2007세계탁구선수권대회(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훨훨 날며 ‘황제 귀환’ 소식을 만방에 알렸다. 세계순위 9위인 유승민은 27일 열린 남자단식 4강전에서 세계 2위 왕리친과 대등한 경기 끝에 아쉽게 3-4(11:6/3:11/7:11/16:14/6:11/12:10/7:11)로 졌지만,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만리장성 중국의 독주 속에 한국선수단이 캐낸 유일한 메달. 한국 남자탁구의 세계선수권대회 최고성적은 ‘수비의 마술사’ 주세혁(삼성생명)이 2003년 파리대회 때 일궈낸 준우승.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따냈지만, 세계선수권대회에선 그동안 5번이나 64강 문턱에서 좌절한 유승민으로서는 징크스를 털어낸 대회였고, 내년 베이징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자신감 회복이 값진 소득. 특히 전날 8강전 활약상은 눈부실 정도. 상대는 유승민이 5번 붙어 모두 패한 ‘천적’ 티모 볼(독일). 세계 3위로, 유승민보다 6단계 높은 강호. 그러나 유승민은 신들린 듯 전진 드라이브 속공을 펼쳐보이며 4-0(11:9/11:7/11:3/14:12) 완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리하르트 프라우제 독일 남자대표팀 감독은 경기 뒤 “아테네올림픽 이후 유승민이 플레이한 것 중 최고였다”고 극찬했다. 티모 볼도 “유승민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기량을 선보였다”고 거들었다. 앞서 열린 4강전에서는 세계 1위 마린(중국)이 같은 나라의 왕하오(세계 4위)를 4-2(6:11/11:9/12:10/4:11/11:9/11:6)로 누르고 결승에 선착했다. 한편,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중국의 18살 궈예가 같은 나라의 리샤오지아(19)를 4-3(8:11/11:7/4:11/2:11/11:5/11:2/11:8)으로 누르고 새 탁구여왕의 탄생을 알렸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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