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7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서 한국 박철우의 강스파이크가 브라질 가로막기에 걸리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5세트 12-14. 점수 하나만 내주면 끝이었다. 하지만, 박철우 이경수가 마지막 힘을 냈고, 한국은 기적과도 같이 듀스에 성공했다. 15점을 먼저 따낸 것도 한국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3-2 승) 이후 10연패를 끊으며 19년 만의 브라질전 승리가 손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월드리그를 4연패한 브라질은 달리 세계최강팀이 아니었다. 가뿐하게 공격을 성공시키면서 15-15 또다시 듀스. 이후 브라질 비텐코트 날베르트가 절묘한 서브로 득점을 올리며 주도권을 뺏은 뒤 곧바로 가로막기에 성공하면서 2시간19분 동안의 혈투를 끝내버렸다. 허탈한 마음에 한국 선수들은 한동안 코트에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한국 대표팀이 ‘대어’를 놓쳤다. 한국은 27일 천안 유관순 체육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월드리그 2차전에서 2-3(25:23/19:25/29:27/23:25/15:17)으로 역전패했다. 졌어도 체육관에 모인 3150명의 팬들이 경기 후 전부 기립박수를 쳐줄 정도로 근래 보기 드믄 명승부였다. 베르나르도 레젠데 브라질대표팀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공수에서 전사와도 같았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이 브라질을 상대로 두 세트 이상을 따낸 것은 서울올림픽 이후 처음. 전날(26일) 경기서 한국은 0-3으로 완패했다. 경기 전 “한세트만 따내도 좋겠다”고 했던 류중탁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이 120%, 아니 150% 이상 기량을 발휘해서 정말 잘 싸워줬다. 근성과 패기, 그리고 집중력을 보여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이경수는 “중간에 미스만 한두개 줄였다면 이길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브라질 주공격수 엔드레스 무릴로와 함께 최다득점(21점)을 기록한 그의 유니폼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브라질을 상대로 2패를 기록한 한국은 장소를 전주로 옮겨 6월2일~3일 이틀 동안 캐나다와 경기를 치른다. 천안/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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