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금호생명 선수들이 29일 오전 충남 보령시 대천 앞바다에서 열린 유격훈련에서 진흙투성이 모습으로 갯벌에 누운 채 교관 지시에 따르고 있다. 보령/김동훈 기자
여자농구 금호생명 선수단, 대천 앞바다서 유격훈련
눈물 콧물 진흙 범벅에 밀려오는 설움… 고통…
단장 · 감독 · 코치까지 굴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포복 앞으로! 어어 이거 봐라, 여기 장난하러 왔습니까?” 29일 이른 아침, 검정색 모자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털보 교관’의 목소리가 충남 보령시 대천 앞바다에 쩌렁쩌렁 울렸다. 갯벌에서 이리저리 뒹군 교육생들은 금새 온몸이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교육생들은 여자프로농구 구리 금호생명 선수단. 선수 뿐 아니라 안진태(48) 단장, 이상윤(45) 감독, 김영주(40)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직원 등 모두 20명이 참가했다. 부상선수 2명과 전날 훈련하다 다친 직원 2명 등 4명만이 훈련에서 제외됐다. “악으로! 깡으로!” “무조건 우승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교관 지시에 따라 선수단은 구호와 노래를 반복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다며 교관은 또 기합을 준다. “어깨 걸고, 무릎 꿇고, 앞으로 취침, 그 자세에서 포복 앞으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면서 두 발은 갯벌 속으로 푹푹 빨려들어갔다. 몇몇 선수들은 군복에 묻은 진흙 무게를 견디지 못해 그 자리에서 군복을 갈아입었다. 흙이 달라붙은 눈가는 식염수로 닦아내야 했다. ‘맏언니’ 김경희(31)는 “선수생활하면서 이렇게 힘든 훈련은 처음”이라며 “집중력과 정신력을 기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쉴새없이 팔굽혀펴기와 선착순 달리기가 이어졌다. “단장님, 감독님 빨리 안오십니까?” 교관의 불호령은 지천명을 앞둔 안진태 단장과 이상윤 감독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감독은 “군에 있을 때도 이런 훈련은 안 해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선수단 몸은 이미 전날 훈련으로 천근만근이었다. 전날 유격훈련과 야간 산악훈련은 8시간 동안 이어졌다. 선수단은 30도 가까운 무더위 속에 푸석푸석한 먼지를 온몸에 뒤집어 쓴 채 PT체조, 세줄타기, 그물건너기, 철조망 통과 등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군복이 해지고, 몸 이곳저곳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통역 이영화(25)씨는 훈련 도중 구토 증세를 보이며 의식을 잃었다. 안진태 단장도 현기증을 일으켜 잠시 쉬었다. ‘털보교관’ 김재오(35)씨는 “꼴찌에게 ‘변화’를 주기 위해 군대 유격훈련보다 강도를 더 높였다”고 귀띔했다.
선수들과 똑같이 훈련을 받은 안 단장은 “1등은 여행 가고, 꼴찌는 지옥훈련 받는 게 프로의 현실”이라며 “극한 상황을 체험하고 나니 안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감독은 “우리팀은 마지막 역전패가 많았는데, 이번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끈기와 근성을 많이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대천 앞바다에 불던 세찬 바람이 멎으면서 하늘이 맑게 개었다. 선수단은 비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며 해맑게 웃었다. 글·사진 보령/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단장 · 감독 · 코치까지 굴러 “앞으로 취침! 뒤로 취침! 포복 앞으로! 어어 이거 봐라, 여기 장난하러 왔습니까?” 29일 이른 아침, 검정색 모자에 빨간색 티셔츠를 입은 ‘털보 교관’의 목소리가 충남 보령시 대천 앞바다에 쩌렁쩌렁 울렸다. 갯벌에서 이리저리 뒹군 교육생들은 금새 온몸이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교육생들은 여자프로농구 구리 금호생명 선수단. 선수 뿐 아니라 안진태(48) 단장, 이상윤(45) 감독, 김영주(40) 코치 등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직원 등 모두 20명이 참가했다. 부상선수 2명과 전날 훈련하다 다친 직원 2명 등 4명만이 훈련에서 제외됐다. “악으로! 깡으로!” “무조건 우승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교관 지시에 따라 선수단은 구호와 노래를 반복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작다며 교관은 또 기합을 준다. “어깨 걸고, 무릎 꿇고, 앞으로 취침, 그 자세에서 포복 앞으로!”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제자리 뛰기를 반복하면서 두 발은 갯벌 속으로 푹푹 빨려들어갔다. 몇몇 선수들은 군복에 묻은 진흙 무게를 견디지 못해 그 자리에서 군복을 갈아입었다. 흙이 달라붙은 눈가는 식염수로 닦아내야 했다. ‘맏언니’ 김경희(31)는 “선수생활하면서 이렇게 힘든 훈련은 처음”이라며 “집중력과 정신력을 기르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쉴새없이 팔굽혀펴기와 선착순 달리기가 이어졌다. “단장님, 감독님 빨리 안오십니까?” 교관의 불호령은 지천명을 앞둔 안진태 단장과 이상윤 감독도 피해갈 수 없었다. 이 감독은 “군에 있을 때도 이런 훈련은 안 해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금호생명 농구선수들이 ‘엎드려뻗쳐’ 훈련을 받는 도중 안진태 단장, 이상윤 감독 등도 개펄 위에 누워 훈련을 받고 있다. 보령/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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