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여자테니스 신기록… 동생 서리나 기록 깨
그의 긴 왼손가락이 공을 하늘로 올렸다. 오른손으로 움켜쥔 라켓이 적절한 지점으로 낙하한 공을 후려쳤다. 공은 빠른 속도로 네트를 가로질렀고, 서비스 박스 안에 떨어졌다가 밖으로 튕겨 나갔다. 상대방 애슐리 해클로드(22·미국)가 손도 못 댈 공이었다. 순간, 서브 속도를 알려주는 계기판에는 숫자 ‘206’이 선명히 새겨졌다.
비너스 윌리엄스(27·미국·세계랭킹 27위)가 여자 테니스 강서브 역사를 바꿨다. 윌리엄스는 31일 새벽(한국시각) 파리 롤랑가로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2007 프랑스오픈테니스 세계랭킹 80위 해클로드와의 여자단식 2라운드 2세트 4-1로 앞선 6번째 게임서 시속 206㎞의 총알 서브로 지난해 동생 서리나 윌리엄스(25)가 세운 서브 기록(205㎞)을 1년 만에 깼다. 비너스는 2라운드에서 4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는데, 그 중 하나가 206㎞를 기록했다.
경기 후 비너스는 “206이라는 숫자를 보고 잠시 집중력을 잃었다”면서 “어릴 적에는 서브를 강하게 넣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최고기록이 나와 얼떨떨했지만 기분은 정말 좋다”고 했다. 비너스는 신기록을 세운 뒤 5게임을 연속 내줬다가 겨우 만회해 해클로드를 2-0(6:1/7:6)으로 제압했다.
이밖에 여자단식에서는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쥐스틴 에냉(벨기에·1위)이 3라운드에 가뿐히 진출했다. 남자단식에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황제’ 로거 페더러(스위스·1위)가 이변없이 3라운드에 안착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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