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은·변연하
아시아여자농구 결승행 견인
“‘변’함없는/ 멋진 플레이를, ‘연’출하는/ 농구 코트의, ‘하’이클래스/ 명품슈터.”
제22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가 열린 인천 삼산체육관에는 한국여자농구 대표팀 변연하(27)를 응원하는 3행시 펼침막이 내걸렸다. 그런데 ‘명품슈터’는 슛 폼이 예쁘다고 붙여진 선배 박정은(30)의 별명. 변연하는 토끼같은 앞니가 매력적이라고 해서 별명이 ‘바니 공주’.
‘변연하’와 ‘명품슈터’가 들어간 펼침막처럼 둘은 이 대회에서 ‘명품콤비’로 거듭났다. 둘은 9일 대만과 준결승에서 나란히 팀내 최다 득점(변연하·19점)과 최다 튄공잡기(박정은·10개)를 해내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날 승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본이 준결승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혀 한국은 결승전 결과와 관계없이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1984년 LA올림픽 이후 4회 연속 올림픽 진출.
둘은 부산 동주여상 4년 선후배다. 변연하는 중2 때 고3이던 박정은을 보면서 스타 꿈을 키웠다. 프로 팀도 언니를 따라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지난해 도하아시아대회 때는 대한농구협회 세대교체 방침 탓에 변연하만 참가했다. 그러나 사상 첫 노메달 수모를 겪은 채 귀국했다. 이번 대회에선 박정은과 정선민(33) 등 노련한 선수에다, 국내 최장신 하은주(24)가 가세해 전력이 한층 좋아졌다. 하지만 포인트가드 공백이 걱정이었다. 노장 전주원(35)이 무릎 수술로 합류하지 못한데다, 최윤아(21)마저 개막 직전 왼팔꿈치 인대를 다쳐 벤치를 지켰다. 이때 박정은과 변연하가 해결사로 나섰다. 둘은 공교롭게도 소속팀 삼성생명에서 이미선(28)의 부상으로 3시즌 동안 포인트가드 없는 경기를 치러봤다. 박정은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하프라인까지는 변연하가 공을 치고 가다가 공격 코트에서는 박정은이 공 배급을 맡았다. 박정은은 “연하가 체력 부담을 많이 덜어줘서 고맙다”고 했고, 변연하는 “언니와 함께 뛰니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명품콤비’ 활약이 베이징올림픽 8강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인천/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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