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암말 ‘루나’가 지난해 4월 제2회 경남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KRA(한국마사회) 제공
3년전 장애로 외면받던 ‘루나’…19전10승 ‘최고스타’로
12마리가 달렸다. ‘루나’는 1300m까지 3~4위로 뛰었다. 6살. 경주마로서는 은퇴를 앞둔 나이. 기수가 어깨를 툭 쳤다. ‘틱!틱!’ 입소리도 냈다. ‘한번 달려보자’는 신호였다. “암말이라 아무래도 힘이 떨어져요. 게다가 6살인데…. 승부기질이 뛰어나죠. 그러면서도 다른 말과 달릴 때 아주 여유를 보이지요. 대단할 수밖에요. 어떻게 저렇게 달릴 수 있을까….”(곽민창 조교사)
‘루나’는 마지막 순간을 기다린 듯 했다. 경주마로 한창인 3살 ‘플라이슈터’가 조금씩 뒤로 처졌다. ‘루나’는 남은 300m를 내달려 2위를 약 3.6m 따돌리고 가장 먼저 들어왔다. 지난 16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약 중인 국내산마 최강자를 가리는 제3회 KRA컵 마일 대상경주. 역전 우승을 거둔 ‘루나’는 경기 뒤 앞다리 왼쪽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루나’는 어렸을 때부터 왼쪽 앞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졌다. ‘골연골증’으로 다리가 종종 붓고 통증을 느낀다. 곽 조교사는 “처음에 봤을 때 허리 인대 염증까지 있어 사람이 올라서면 움찔하며 약간 주저앉는 증상이 있었다. 너무 아플 때는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고 했다. ‘루나’는 3살 때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다리까지 전다는 소문 탓에 마주들한테서 외면받았다. 당시 ‘골딩’이란 말이 1억2700만원에 팔려갔지만, ‘루나’는 역대 가장 싼 값인 970만원에 주인을 만났다.
곽 조교사는 “걷기부터 시작해 달리기를 꾸준히 시키며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루나도 경주 입구에만 가면 막 달려나가고 싶어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했다. 암말들은 보통 예민한데 성격도 차분했다.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기수의 무게중심도 허리가 아닌 어깨쪽에 두도록 가르쳤다”고 했다. 루나는 왼다리가 아파 치료를 받은 뒤 4개월 만에 이번 대상경주에 나와 우승을 낚았다.
곽 조교사는 “무리하게 훈련하거나 출전시키지 않고 루나의 몸상태를 봐서 내보낸다”고 했다. 루나는 대상경주 2년 연속 우승 등 현재 19전 10승(2위 4번)을 거두며 부산·경남 경마공원 최고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루나’가 번 상금만도 5억4700만원.
곽 조교사는 “장애를 딛고 힘차게 뛰는 것을 보면 늘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다리가 안좋아 힘겨워 해 은퇴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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