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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절름발이 경주마 끝없는 우승질주

등록 2007-06-22 19:18

6살 암말 ‘루나’가 지난해 4월 제2회 경남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KRA(한국마사회) 제공
6살 암말 ‘루나’가 지난해 4월 제2회 경남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KRA(한국마사회) 제공
3년전 장애로 외면받던 ‘루나’…19전10승 ‘최고스타’로
12마리가 달렸다. ‘루나’는 1300m까지 3~4위로 뛰었다. 6살. 경주마로서는 은퇴를 앞둔 나이. 기수가 어깨를 툭 쳤다. ‘틱!틱!’ 입소리도 냈다. ‘한번 달려보자’는 신호였다. “암말이라 아무래도 힘이 떨어져요. 게다가 6살인데…. 승부기질이 뛰어나죠. 그러면서도 다른 말과 달릴 때 아주 여유를 보이지요. 대단할 수밖에요. 어떻게 저렇게 달릴 수 있을까….”(곽민창 조교사)

‘루나’는 마지막 순간을 기다린 듯 했다. 경주마로 한창인 3살 ‘플라이슈터’가 조금씩 뒤로 처졌다. ‘루나’는 남은 300m를 내달려 2위를 약 3.6m 따돌리고 가장 먼저 들어왔다. 지난 16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약 중인 국내산마 최강자를 가리는 제3회 KRA컵 마일 대상경주. 역전 우승을 거둔 ‘루나’는 경기 뒤 앞다리 왼쪽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루나’는 어렸을 때부터 왼쪽 앞다리를 저는 장애를 가졌다. ‘골연골증’으로 다리가 종종 붓고 통증을 느낀다. 곽 조교사는 “처음에 봤을 때 허리 인대 염증까지 있어 사람이 올라서면 움찔하며 약간 주저앉는 증상이 있었다. 너무 아플 때는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한다”고 했다. ‘루나’는 3살 때 경매시장에 나왔지만 다리까지 전다는 소문 탓에 마주들한테서 외면받았다. 당시 ‘골딩’이란 말이 1억2700만원에 팔려갔지만, ‘루나’는 역대 가장 싼 값인 970만원에 주인을 만났다.

곽 조교사는 “걷기부터 시작해 달리기를 꾸준히 시키며 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루나도 경주 입구에만 가면 막 달려나가고 싶어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했다. 암말들은 보통 예민한데 성격도 차분했다. 허리가 아프기 때문에 기수의 무게중심도 허리가 아닌 어깨쪽에 두도록 가르쳤다”고 했다. 루나는 왼다리가 아파 치료를 받은 뒤 4개월 만에 이번 대상경주에 나와 우승을 낚았다.

곽 조교사는 “무리하게 훈련하거나 출전시키지 않고 루나의 몸상태를 봐서 내보낸다”고 했다. 루나는 대상경주 2년 연속 우승 등 현재 19전 10승(2위 4번)을 거두며 부산·경남 경마공원 최고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루나’가 번 상금만도 5억4700만원.

곽 조교사는 “장애를 딛고 힘차게 뛰는 것을 보면 늘 감동을 느낀다. 하지만 다리가 안좋아 힘겨워 해 은퇴시켜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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