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3개 보육원 어린이들로 이뤄진 드림팀 농구선수들이 27일 은평천사원 체육관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이들 표정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또래보다 발육 늦지만 실력은 월등
“초등학교 정식대회 나가 봤으면”
“초등학교 정식대회 나가 봤으면”
열한 살 (김)도욱이의 까만 눈망울에서 울음이 터졌다. 혼자서 눈물을 훔치며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코치 선생님이 자기만 야단친다며 토라진 것이다. 이강초(48) 코치는 도욱이를 간신히 달래 다시 코트 안으로 들여보냈다. 도욱이가 수비 2~3명을 따돌리고 멋진 레이업슛을 터뜨리자, 이 코치는 “도욱이 잘했어! 파이팅!”하며 격려했다.
도욱이의 집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삼동소년촌이다. 7살 때부터 형과 함께 이곳에서 산다. 엄마 아빠는 도욱이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고모가 이따금 찾아올 뿐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서부면허시험장 앞에서 7715번 버스를 타고 구산동 은평천사원 체육관에 간다. 농구를 하기 위해서다. 도욱이 꿈은 원래 요리사나 운전기사였다. 그런데 농구공을 만진 뒤부터는 장래희망에 농구선수가 추가됐다.
서울시립 소년의집에 사는 (지)현철이도 동생들과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은평천사원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지만 현철이는 같은 보육원 동생 4명의 보호자다. 현철이는 8살 때 소년의집에 들어갔다. 엄마 아빠는 그저 서울 우면동에 살고 있다고만 들었다. 현철이는 ‘드림팀’에선 없어서는 안될 슈터다.
드림팀은 삼동소년촌, 은평천사원, 서울시립소년의집 등 서울시내 3개 보육원 초등학교 2~5학년 12명으로 구성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어려운 환경에서 농구하는 어린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만들었다. ‘꿈을 가지라’는 뜻으로 이름을 드림팀이라고 지었다. 프로농구 창원 LG 신선우 감독과 울산 모비스 양동근 선수, 그리고 한 독지가가 각각 1천만원씩 내놓은 돈이 밑거름이 됐다.
이 코치는 27일 체육관에 모인 드림팀 아이들에게 드리블과 왼손 레이업을 집중 훈련시켰다. 그 사이 반대편 코트에서는 또래 아이들이 클럽활동으로 농구를 한다. 드림팀 아이들보다 한눈에 봐도 키가 크다. 이 코치는 “우리 아이들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발육이 늦은 것 같아 늘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실력은 드림팀이 훨씬 낫다. 드림팀은 지난 겨울, 경남 삼천포로 전지훈련을 다녀온 이후 실력이 부쩍 늘었다.
드림팀 아이들은 경기에 목이 마르다. 이 코치는 “경기를 치를수록 눈에 띄게 실력이 늘지만 정식 대회에 나가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드림팀 선수들이 3개 학교 소속으로 나뉘어져 있어 현행 규정상 초등학교 정식팀으로는 등록이 안된다. 다만 대한체육회가 인정하는 클럽팀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알아봐야할 지 막막하다고 한다.
한창 훈련에 열중하고 있을 즈음, 주장 (이)동현이가 나타났다. 동현이와 (이)준희는 이날 학교 수련회 때문에 못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동현이가 수련회에서 돌아오자마자 부리나케 온 것이다. 이 코치는 “동현이가 요즘 농구에 푹 빠졌다”고 전했다. 동현이는 원래 축구를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문경은 선수처럼 되는 게 꿈이란다. 동현이는 “슛이 그물 속으로 쏙 들어갈 때 정말 짜릿하다”며 해맑게 웃었다.
동현이 뿐 아니다. 키는 작지만 야무진 ‘왕눈이’ (방)성현이, 농구가 싫다면서도 어느 새 드리블을 치는 (신)영준이, 말수 적고 착한 ‘순둥이’ (박)보윤이, 재잘재잘 ‘귀염둥이’ (정)상준이, 또래보다 키가 큰 ‘막둥이’ (김)예지 등등…. 모두가 새록새록 ‘미래의 덩크왕’을 꿈꾸는 농구 새싹들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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