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총출동 왜?
2014 겨울올림픽 유치전에 한국·러시아·오스트리아 등 세 나라 정상들까지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토니 블레어 학습효과’가 큰 영향을 줬다.
영국 런던은 지난 2005년, ‘2012 여름올림픽’ 개최지를 놓고 프랑스 파리와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마지막 결선투표 전까지 파리가 런던을 이길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었다. 결과는 런던의 대역전승이었다. 당시 블레어 영국 총리가 주요8국(G8) 정상회담의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리는 싱가포르로 날아가 이틀간 머물며 아이오시 위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
한승수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위원장도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은 투표장에서 아이오시 위원들에게 건성으로 인사를 했지만, 블레어 총리는 위원들을 일일이 만나 표를 부탁하는 감성적인 접근을 해 승리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스포츠 국제대회를 놓고 유치 후보국의 정상들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감을 걸고 아이오시 총회장까지 나와 득표 경쟁을 벌인 것은 2012년 여름올림픽 유치전이 처음이었다. 이후 ‘2014 겨울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 실사단이 러시아 소치를 방문했을 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면서 2014 겨울올림픽 유치전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자극을 받은 듯 2003년 프라하 총회 때 고건 총리를 보냈던 노무현 대통령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014년 겨울올림픽 최종 유치장소가 결정되는 과테말라 아이오시 총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처럼 국가 정상들이 올림픽 유치 활동에 직접 나서는 것을 두고 올림픽 정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피에르 드 쿠베르탱이 1896년 근대올림픽을 부활시키면서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지만, 아돌프 히틀러 독일 대통령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듯이 최근 들어 여러 나라에서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서 의의를 찾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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