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5일(한국시각) 오전 평창이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뒤 평창유치위원회 숙소인 홀리데이인호텔을 방문해 평창 서포터스를 위로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운명의 장난’ 과테말라서도 강원도도 눈물
잘츠부르크 “IOC, 힘의 논리에 굴복”
잘츠부르크 “IOC, 힘의 논리에 굴복”
◇…평창의 겨울올림픽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자 국내외에서 훈련 중인 겨울스포츠 간판선수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피겨요정’ 김연아(군포수리고2)는 이날 물리치료도 연기한 상황에서 발표를 초조하게 기다리다 팬카페를 통해 소식을 전해듣고 “평창이 됐으면 겨울스포츠가 인기를 얻고 활성화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너무 안타깝다. 평창에 보인 국민적 성원이 겨울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스피드스케이팅 세계 500m 기록보유자 이강석(의정부시청)은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었는데, 듣는 순간 잠이 확 깼다. 이번에는 될 것 같았는데…. 거짓말 같다”며 허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공격 에이스 출신으로 현재 공익근무 중인 송동환(안양 한라)은 “겨울올림픽이 유치되면 실업팀도 1~2개 더 생겨나고, 상무에 아이스하키팀도 다시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했다”며 아쉬워했다.
◇…평창유치위원회 숙소인 과테말라 홀리데이인호텔은 평창이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에 실패하자 눈물바다를 이뤘다. 텔레비전을 통해 개표결과를 지켜보던 유치위 관계자들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 입에서 “소치”라는 소리가 나오자 충격에 휩싸였다. “어찌 이럴 수가…” “말도 안돼”라는 탄식이 새나올 뿐 깊은 침묵 속으로 빠졌들었다. 곧이어 한승수 유치위원장, 김진선 강원도지사 등 대표단이 도착해 관계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노고를 격려하자, 직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한 위원장도 3층 브리핑룸에서 합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악수를 나누다 눈물을 흘렸고, 김 지사도 내내 침통한 표정을 짓다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4일과 5일 이틀간 과테말라에 도착한 340여명의 동사모(평창동계올림픽 서포터즈)도 호텔 2층 식당에서 텔레비전을 지켜보다가 유치 실패 소식에 넋을 놓았다. 일부 회원들은 위로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 손을 잡고 엉엉 울었다. 이들은 호텔 앞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며 설움을 날렸다.
◇…IOC 결정과 소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알프레드 구젠바워 오스트리아 총리는 잘츠부르크가 1차투표에서 탈락하자 〈AFP통신〉 인터뷰에서 “IOC는 정치·경제적인 힘의 논리를 따라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 IOC의 이번 결정은 스포츠와 올림픽 활동에도 좋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평창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던 전용관 연세대 교수(사회체육)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비수로 등을 찔린 심정이다. IOC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유치계획을 가다듬으며 수년간 혼신의 노력을 펼쳐왔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털어놨다. 전 교수는 “소치 유치위원회가 2014년까지 올림픽 관련 시설을 모두 짓겠다고 큰소리쳤으나 제때 완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과테말라시티/김동훈 기자cano@hani.co.kr
또 잘츠부르크표가…‘11 대 17’ 승부가른 2차투표 평창이 기억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었던 ‘역전패 악몽’이 판박이처럼 4년 만에 재현됐다. 승자가 밴쿠버(캐나다)에서 소치(러시아)로 바뀌었을 뿐, 비운의 패자는 두번 모두 평창이었다. 1차 투표 탈락 뒤 뒤집기 승부의 ‘보이지 않은 손’(3위) 역시 4년 전과 똑같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2003년 7월3일 체코 프라하. 평창은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선정 1차투표에서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크게 따돌렸다. 평창은 과반(54표)에 불과 3표 모자라 2차투표에 나섰다. 그러나 평창은 불과 2표를 더 얻어 53표에 그친 반면, 밴쿠버는 16표를 더 얹어 56표로 최종 승자가 됐다. 잘츠부르크 지지표가 대거 밴쿠버로 이동한 것이다. 평창은 4년 전 역전패 기억을 곱씹으며 2차투표 전략을 세웠다. 잘츠부르크 지지 위원들에 대해 2차투표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애초 불참하기로 했다가 참석한 4~5명의 유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1차 잘츠부르크, 2차 평창 지지’ 성향으로 분류됐다. 5일 과테말라 레알인터콘티넨탈호텔. 평창은 1차투표에서 36표를 얻어 소치(34표)를 제쳤다. 그러나 꼴찌 잘츠부르크를 지지한 25표가 또 화근이었다. 2차투표에서 평창은 11표를 더 얻는데 그친 반면, 소치는 17표를 추가하며 역전승을 일궜다. 평창으로선 땅을 칠 노릇이었다. 결국 잘츠부르크 지지 위원들은 낯선 아시아의 한국보다 같은 유럽대륙의 러시아를 택한 것이다. 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잘츠부르크 지지 표를 평창이 4년 전보다 조금 더 가져왔다는 것 뿐.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과테말라시티/김동훈 기자
또 잘츠부르크표가…‘11 대 17’ 승부가른 2차투표 평창이 기억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었던 ‘역전패 악몽’이 판박이처럼 4년 만에 재현됐다. 승자가 밴쿠버(캐나다)에서 소치(러시아)로 바뀌었을 뿐, 비운의 패자는 두번 모두 평창이었다. 1차 투표 탈락 뒤 뒤집기 승부의 ‘보이지 않은 손’(3위) 역시 4년 전과 똑같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2003년 7월3일 체코 프라하. 평창은 2010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선정 1차투표에서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와 잘츠부르크(16표)를 크게 따돌렸다. 평창은 과반(54표)에 불과 3표 모자라 2차투표에 나섰다. 그러나 평창은 불과 2표를 더 얻어 53표에 그친 반면, 밴쿠버는 16표를 더 얹어 56표로 최종 승자가 됐다. 잘츠부르크 지지표가 대거 밴쿠버로 이동한 것이다. 평창은 4년 전 역전패 기억을 곱씹으며 2차투표 전략을 세웠다. 잘츠부르크 지지 위원들에 대해 2차투표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애초 불참하기로 했다가 참석한 4~5명의 유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1차 잘츠부르크, 2차 평창 지지’ 성향으로 분류됐다. 5일 과테말라 레알인터콘티넨탈호텔. 평창은 1차투표에서 36표를 얻어 소치(34표)를 제쳤다. 그러나 꼴찌 잘츠부르크를 지지한 25표가 또 화근이었다. 2차투표에서 평창은 11표를 더 얻는데 그친 반면, 소치는 17표를 추가하며 역전승을 일궜다. 평창으로선 땅을 칠 노릇이었다. 결국 잘츠부르크 지지 위원들은 낯선 아시아의 한국보다 같은 유럽대륙의 러시아를 택한 것이다. 굳이 달라진 게 있다면 잘츠부르크 지지 표를 평창이 4년 전보다 조금 더 가져왔다는 것 뿐. 하지만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과테말라시티/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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