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색 IOC 위원 ‘한계’
물량공세 유치전 벗어나야
지자체 과열경쟁 조정 필요 ‘평창이 두 번 울었다!’ 평창은 5일(한국시각) 과테말라에서 열린 제 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47-51, 네 표 차로 졌다. 평창은 1차 투표에서는 소치보다 두 표 많은 36표를 얻었으나 2차 투표에서 역전패했다. 4년 전 체코 프라하 총회의 ‘판박이’이다. 4년 전은 세 표, 이번엔 네 표 차이였지만, 이번 기회에 이런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자면 기존의 유치운동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스포츠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조준혁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 심의관은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이 나오는 등 유력한 국제기구 사무국에 한국인이 없는 곳이 없는데, 유독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국에만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며 “이번에 아쉽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지만, 앞으로도 스포츠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근 직제 개편을 하면서 문화외교국 아래 체육영상교류과를 새로 둬 스포츠 외교를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스포츠 외교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2004년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퇴장한 뒤 재계 출신의 이건희(삼성 회장), 박용성(두산 회장) 올림픽위 위원이 그 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했으나, 개인적인 인연과 배후의 작업이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스포츠 무대의 벽을 뚫지 못했다. 반면 러시아는 스포츠 외교계의 거물인 비탈리 스미르노프 올림픽위 위원이 유치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1년부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현역 위원 중 세 번째로 오래 위원을 맡고 있다. 둘째, 물량 위주의 유치운동을 벗어나야 한다 주문이다. 한국은 이번에 러시아와 함께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유치활동 비용으로 평창이 가장 많은 3250만달러(298억원), 소치 3천만달러(275억원), 잘츠부르크 1300만달러(119억원)를 썼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립대의 생활체육정보학과 신재휴 교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실사단의 평가 점수보다 정치·경제적 배경을 보고 투표하는 올림픽 정신의 훼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한국도 외국의 물량에 맞서 물량으로 맞서기보다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가치나 문화를 내세워 유치운동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떳떳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 경쟁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체육계에서는 올해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싹쓸이’하면서, 겨울올림픽 유치가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슬슬 흘러나왔다. 정기영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국제기구부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국제대회 유치 경쟁 때문에 대한올림픽위원회도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나 지자체 사이에 ‘어떤 대회를 우선해 유치할 것이냐’에 대한 사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상 기자, 과테말라시티/김동훈 기자 kos@hani.co.kr
물량공세 유치전 벗어나야
지자체 과열경쟁 조정 필요 ‘평창이 두 번 울었다!’ 평창은 5일(한국시각) 과테말라에서 열린 제 119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14년 겨울올림픽 개최지 투표에서 러시아 소치와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47-51, 네 표 차로 졌다. 평창은 1차 투표에서는 소치보다 두 표 많은 36표를 얻었으나 2차 투표에서 역전패했다. 4년 전 체코 프라하 총회의 ‘판박이’이다. 4년 전은 세 표, 이번엔 네 표 차이였지만, 이번 기회에 이런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자면 기존의 유치운동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스포츠 외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조준혁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 심의관은 “한국인 유엔사무총장이 나오는 등 유력한 국제기구 사무국에 한국인이 없는 곳이 없는데, 유독 국제올림픽위원회 사무국에만 한국인이 한 명도 없다”며 “이번에 아쉽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지만, 앞으로도 스포츠 외교 역량을 발휘해야 할 일은 점점 많아질 것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최근 직제 개편을 하면서 문화외교국 아래 체육영상교류과를 새로 둬 스포츠 외교를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 한국은 이번 총회에서 스포츠 외교력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2004년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퇴장한 뒤 재계 출신의 이건희(삼성 회장), 박용성(두산 회장) 올림픽위 위원이 그 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했으나, 개인적인 인연과 배후의 작업이 결정적인 구실을 하는 스포츠 무대의 벽을 뚫지 못했다. 반면 러시아는 스포츠 외교계의 거물인 비탈리 스미르노프 올림픽위 위원이 유치에 결정적인 구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71년부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현재 현역 위원 중 세 번째로 오래 위원을 맡고 있다. 둘째, 물량 위주의 유치운동을 벗어나야 한다 주문이다. 한국은 이번에 러시아와 함께 과열 경쟁을 부추겼다고 외신들이 지적했다. <에이피>(A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이번 유치활동 비용으로 평창이 가장 많은 3250만달러(298억원), 소치 3천만달러(275억원), 잘츠부르크 1300만달러(119억원)를 썼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립대의 생활체육정보학과 신재휴 교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실사단의 평가 점수보다 정치·경제적 배경을 보고 투표하는 올림픽 정신의 훼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하지만 한국도 외국의 물량에 맞서 물량으로 맞서기보다 세계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가치나 문화를 내세워 유치운동을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고 떳떳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자치단체들의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 경쟁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체육계에서는 올해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유치를 ‘싹쓸이’하면서, 겨울올림픽 유치가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슬슬 흘러나왔다. 정기영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국제기구부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의 국제대회 유치 경쟁 때문에 대한올림픽위원회도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나 지자체 사이에 ‘어떤 대회를 우선해 유치할 것이냐’에 대한 사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오상 기자, 과테말라시티/김동훈 기자 ko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