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교민들과 일일이 악수…부인 권양숙 여사 눈물 글썽
“모두 자기 영역에서 후회없이 최선을 다했다. 아쉽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강원도 평창이 끝내 러시아 소치에 무릎을 꿇자, 이렇게 아쉬움을 달랬다. 지난 2일 과테말라에 도착해 3박4일 동안 밤낮없이 국제올림픽위 위원들을 상대로 득표활동을 벌여온 노무현 대통령은 평창의 좌절에 입을 닫았다.
노 대통령은 과테말라시티의 숙소 호텔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유치 실패를 확인한 뒤, 곧바로 부인 권양숙씨와 인근 홀리데이인 호텔로 평창 유치위원회 관계자를 위로하러 나섰다. 호텔 앞 도로에는 300여명의 교민과 강원도민들이 “대한민국”을 목놓아 외쳤고, 강원도 출신의 한 자원봉사자는 노 대통령 앞에 무릎을 꿇고 “죄송합니다”라고 눈물을 쏟았다. 노 대통령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의 등을 두드린 뒤 교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을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동행한 영부인 권양숙씨는 눈물을 글썽였다.
노 대통령은 과테말라시티에 도착한 뒤 의전과 격식을 파괴하며 득표활동을 벌였다. 국제올림픽위 위원들이 투숙한 인터컨티넨털 호텔 814호실에서 샌드위치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30여명의 위원들을 20분 단위로 만나 설득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호텔 로비로 직접 위원들을 찾아나서기도 했다.
청와대는 막판까지 정부와 유치위원회, 삼성·현대 등 기업들이 한 몸으로 헌신적인 유치활동을 벌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었다. 몇몇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치화되고 상업화된 국제올림픽위 위원들에 대한 러시아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끝내 넘어서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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