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 16개국 중 가장 늦은 소집에 별도의 평가전도 치르지 않은 일본. ‘독설가’ 이비차 오심 감독은 출국 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술 더 떴다. “난 일본이 우승할 수 없는 이유를 1000개나 말할 수 있다. 일본축구가 안고 있는 객관적인 상황을 보고 목표를 판단해달라.” 그는 그러면서 “아시안컵에서 영리한 축구, 선수와 공이 같이 움직이는 축구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2000년·2004년 우승에 이은) 3연패가 다는 아니다”라는 얘기였다.
“맹수한테 토끼가 물렸다면 토끼가 빨리 뛰려는 준비를 하지 못한 탓”이라던 오심 감독은 한 박자 더 빨리 뛰는 축구로 일본을 아시안컵 8강에 올려놓았다. “우린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멤버들”이라고 했던 한국이 D조 꼴찌로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오심 감독은 1차전 카타르와 1-1로 비긴 뒤 선수들이 악착같이 뛰지 않았다며 “아마추어같은 선수들”이라고 화냈다. 기자회견장에서 통역이 감독의 발언 수위가 너무 높아 일부러 옮기지 않은 말이 있었을 정도. 그 뒤 일본은 아랍에미리트연합(3-1승) 베트남(4-1승)을 차례로 꺾고 B조 1위(2승1무)로 가볍게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일본은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16일 태국전에서 4-0으로 이겨 A조 2위가 된 호주(1승1무1패)와 21일 8강전을 치른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A조 1위 돌풍을 일으킨 이라크(1승2무)는 축구협회로부터 8강 보너스 상금까지 받은 B조 2위 공동개최국 베트남(1승1무1패)과 같은 날 8강에서 만난다. 자카르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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