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팀 골키퍼 가와구치 요시카쓰(33)가 호주와 8강전 승부차기에서 상대 슛을 막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하노이/AP 연합
‘거미손’ 가와구치 선방…호주 울리고 4강행
그 순간 중계화면은 짓궂게 호주 감독을 잡았다. 입술을 깨물며 표정을 일그러뜨린 그는 고개를 숙였다. 호주의 승부차기 1·2번 키커가 연속 실패한 직후였다. 카메라는 한번은 왼쪽으로, 또 한번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공을 쳐낸 일본 수문장을 좇았다. 가와구치 요시카쓰(33). 그는 1997년 프랑스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차범근호’가 이민성의 역전골로 ‘도쿄대첩’을 완성할 당시 일본 골문을 지켜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얼굴이다. 97년 국가대표로 출발해 11년째. 아직도 일본 골문 앞에 그가 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0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가와구치의 선방으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 포진한 호주를 꺾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일본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모두 달려들어 가와구치의 등과 머리를 두드렸다. 2004년 아시안컵 요르단과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 2골을 막아 4강을 이끈 가와구치의 손은 두 대회 연이어 일본의 행운을 불렀다. 이날 0-1로 뒤지다 후반 27분 동점골을 넣은 다카하라 나오히로는 대회 득점선두(4골)를 달렸다. 일본은 2006 독일월드컵 본선 1차전에서 호주에 1-3 역전패 당한 것도 되갚았다.
꽃미남같던 얼굴이 어느새 검게 그을렸듯 승리의 주역 가와구치의 축구 인생도 부침을 거듭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에 나갔던 그는 2001년 잉글랜드 포츠머스에 입단했으나 벤치를 전전했고, 급기야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후배 나라자키 세이고에 밀려 주전장갑을 내줬다. 그러나 덴마크 노저런을 거쳐 2005년 일본 주빌로 이와타로 돌아온 그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 그 장갑을 다시 되찾으며 일본 대표팀 1번을 등에 새겼다.
일본 축구 사상 두번째로 A매치 100경기(현재 104경기)를 넘긴 가와구치는 “연장까지 120분간 뛴 동료들의 열정이 헛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또다른 8강전에선 이라크가 이번 대회 공동개최국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를 통과한 베트남을 2-0으로 눌렀다. 이라크는 한국과 이란 승자와 25일 4강에서 맞붙는다.
쿠알라룸푸르/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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