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티시의 키스’ 주인공인 해링턴
가르시아, 다잡은 우승컵 내줘…최경주는 공동 8위
‘스페인의 골프영웅’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사흘 내내 단독선두를 달리며 메이저대회 첫 우승 꿈에 부풀어 있었다. 4라운드 들어서도 3번홀(파4) 버디로 한때 10언더파까지 도망갔다. 하지만 그는 갑자기 흔들리며 5·7·8번홀 보기로 7언더파까지 내려와 위기를 맞았다. 그러는 사이, 앞 조에서 플레이를 펼치던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해링턴은 11번홀까지 보기없이 4개의 버디에다 14번(파5·514야드) 이글로 마침내 가르시아를 1타차로 따돌리고 선두로 나섰다. 그대로 가면 우승. 하지만, 해링턴은 18번홀(파4·499)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려 1벌타를 먹은 데 이어, 세번째샷마저 개울로 빗나가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가르시아에 다시 기회가 왔다. 해링턴의 더블보기로 1타차 선두로 다시 올라선 가르시아는 18번홀에서 파세이브만 해도 우승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이없게 세컨샷을 벙커에 빠뜨렸고, 결국 4m 파 퍼팅 실수로 연장전에 끌려들어가 다잡은 우승컵마저 내줬다.
23일(한국시각) 스코틀랜드 커누스티골프클럽(파71·742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브리티시오픈 4라운드. 136번째 ‘클라레 저그’의 주인공은 그렇게 오락가락하다 결국 해링턴 품에 안겼다. 해링턴은 이날 4언더파를 쳐, 2오버파에 그친 가르시아와 7언더파 277타 공동선두로 마감한 뒤, 1·16·17·18번홀 등 4개홀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 이븐파를 쳐 1오버파에 그친 가르시아를 따돌렸다. 39차례 메이저대회 출전 만의 생애 첫 우승. 우승상금 151만달러. 아일랜드 선수의 브리티시오픈 우승은 1947년 프레드 데이 이후 60년 만이다.
해링턴은 “긴 여행 끝에 뭔가를 이뤄낸 기분이다. 성대한 파티를 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르시아는 젊고 재능이 있다. 언젠가 꿈을 이룰 것”이라고 패자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았다.
해링턴과 함께 선두에 6타차 공동 3위로 출발한 최경주(37·나이키골프)는 버디 3개에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를 묶어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 공동 8위로 마쳤다. 한국선수로는 이 대회 최고성적. 타이거 우즈(미국)는 공동 12위(2언더파 282타)로 처져 대회 3연패에 실패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파드리그 해링턴이 브리티시오픈 우승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커누스티(스코틀랜드)/AP
136회 브리티시오픈 최종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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