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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학교에서 파벌 싹튼다

등록 2007-07-26 19:15수정 2007-07-26 23:22

야구 심판학교 수강생들이 볼 판정 실기시험을 받고 있다. 〈한겨레〉자료사진
야구 심판학교 수강생들이 볼 판정 실기시험을 받고 있다. 〈한겨레〉자료사진
프로야구 심판을 ‘심판’해 보니…
전문교육 4주만에 평가…일반인 통과 엄두못내
위원장 입김 세 연줄 형성…차기 심판 내정설도

메이저리그 37년 심판경력의 브루스 닐 프로밍(68).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프로밍 심판이 ‘포청천’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의 나이 18살이던 1958년이었다. 1971년 메이저리그 심판으로 승급될 때까지 그는 마이너리그 심판을 13년 동안 지내야 했다.

미국에서 프로야구 심판이 되려면 5주 동안 은퇴한 심판들이 교육하는 사설 심판아카데미(2개)를 수료해야 하며, 아카데미 상위점수자는 프로야구 심판위로 보내져 열흘 동안 평가를 받는다. 프로야구 심판이 됐다고 해도, 심판들은 메이저리그로 가기 위해 루키리그부터 시작되는 마이너리그에서 엄청난 생존게임을 해야만 한다.

국내 프로야구는 어떨까. 심판 선발절차가 너무 간단하다. 매년 11월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여는 4주 과정의 심판학교(매주 금·토·일 3일 교육)를 마치고 나면 필기·실기 점수가 우수한 학생들이 1차적으로 뽑히고, 이후 지방캠프에서 실기테스트 등을 거쳐 수습심판으로 채용된다.

과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인들이 심판이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 통과하듯 아주 힘들다. 아주 짧은 기간의 교육과정을 통한 경쟁체제에선 경험많은 야구인 출신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이다.

줄세우는 심판학교 ‘파벌 온상’
줄세우는 심판학교 ‘파벌 온상’
이런 과정이 오래 반복되면서 제도개선보다는 문제점이 쌓여갈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야구선수 출신이 미리 차기심판 후보로 내정된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최근 불거진 심판 파벌싸움은 바로 심판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들 사이에서 비롯됐고, 공정한 심판을 위해 좋은 보수를 제공한 것이 ‘이권다툼’ 양상으로 비화된 경우다.

몇년 전 심판학교를 수료한 박 아무개(29·회사원)씨는 “금요일 저녁엔 이론교육을, 토·일요일엔 오전·오후에 실기교육을 4주 동안 받는데, 실질적으로 12일 동안의 짧은 과정이다 보니 일반인들은 야구인 출신들에 비해 처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현역 프로야구 심판 중 일반인 출신이 한명도 없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야구와 많이 다른 점이다. 일반인 출신이 없다는 것은 그들 나름대로 열린 문화가 꽃피우지 못한다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심판학교를 직접 참가한 사람들은 심판들간의 위계질서가 지나칠 정도라고 느끼고 있다.


그럼, 국내 프로축구는 어떨까. 프로축구는 1급 심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심판을 뽑는다. 1급 자격증을 따려면 2급·3급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데 2년 동안 대한축구협회에서 주관하는 경기 중 30경기 이상 심판을 본 사람만이 3급에서 2급 승급기회가 주어지고 이 때도 이론·실기 시험을 통과해야만 2급으로 승급된다. 물론 2급에서 1급으로 승급되기 위해서는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친다. 단기간으로 진행되는 심판학교만 졸업하면 KBO 공식심판의 기회가 주어지는 프로야구와는 차원이 다르다.

심판학교의 강사들은 대개 심판위원장 및 심판조장들이 맡는다. 선발과정에서 심판위원장의 입김이 많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군 심판이 1군 심판이 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사항도 몇 경기 출장 이상의 객관적 잣대가 아닌 ‘연차’와 최종적으로는 심판위원장이 판단하는 심판의 ‘능력’이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최근 불거진 심판문제와 관련해 대한야구협회, 서울시야구협회, 은퇴한 원로심판과 황석중 심판위원장 대행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 현재 한국프로야구에 걸맞는 체계적인 심판선발과 양성 시스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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