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프로농구 선수 김동언씨가 농구교실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앞에 섰다. 그는 “어린이 클럽팀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못다 이룬 ‘최고센터’의 꿈 어린이가 이루게 돕고파”
‘국내파 홀대’ 설움 딛고 용인서 농구교실 열어
“레이업은 왼손도 쓸 줄 알아야 해.” “자, 드리블은 이렇게 두 손을 번갈아가며 하는 거야.”
2일 오전 용인 동백고교 체육관에 이른 아침부터 열기가 가득하다. 김동언(34·전 인천 전자랜드·왼쪽 세번째)은 비지땀을 흘리면서 어린이들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히 짚어준다. 그는 최근 농구인생 23년을 정리하고 꿈나무 육성에 나섰다.
김동언은 외국인 선수가 득세하는 프로농구 코트에서 몇 안 되는 ‘토종 빅맨’으로 활약했다. 센터로는 결코 크지 않은 1m95, 103㎏ 체구지만 서전트점프가 80㎝에 이를 만큼 탄력이 좋고, 스피드와 순발력도 갖췄다. 농구 명문 인천 송도고 졸업 때는 전희철(서울 SK)과 센터 랭킹 1·2위를 다투며 한양대에 진학했다. 대학 4학년 때는 한 경기 23튄공을 잡아내며 튄공잡기왕에 오르기도 했다.
1997년 프로농구 탄생은 그에게 위기이자 기회였다. 외국인 선수가 가세하면서 ‘밥줄’이 끊길 뻔했다. “그때는 포지션 변경도 심각하게 고민했죠.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센터만 봤고, 제일 자신있는 포지션인데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는 정면돌파를 택했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프로농구 하부리그(NBDL) ‘빅맨 캠프’에 다녀왔다. 그후 외국인 선수와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파이터’가 됐다. 특히 몇몇 외국인 선수는 그 앞에선 기를 못 펴는 그의 ‘밥’이었다. 김동언은 프로농구 원년부터 무려 11시즌을 소화하며 표필상(39·전 인천 전자랜드) 이창수(38·울산 모비스)와 함께 대표적인 ‘토종 빅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5월 은퇴한 그는 최근 경기도 용인 동백지구에 자신의 이름을 건 ‘농구교실’을 열고 꿈나무를 키우고 있다. 한때 몸담았던 창원 LG의 후원이 힘이 됐다.
그는 “소질 있는 어린이를 찾아 내가 이루지 못한 토종 최고 센터의 꿈을 이루게 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선 학원스포츠에서 벗어나 클럽팀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인/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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