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니어대회 맹활약 김성원·고산욱
핸드볼 골키퍼는 괴롭다. 100㎞에 이르는 강한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야 한다. 때론 이가 부러지고, 망막이 손상된다. 코피가 터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없어서는 안될 자리다.
한국남자핸드볼을 이끌 미래의 ‘거미손’ 2명이 주니어대표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김성원(21·조선대)과 고산욱(20·성균관대)이 그 주인공. 고산욱은 15일 새벽(한국시각) 마케도니아 스코페 칼레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슬로바키아와 경기에서 상대 슛을 멋지게 막아낸 뒤 관중석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했다. 그는 신들린 듯 슛을 막아내며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슬로바키아를 38-36, 2골 차로 꺾는데 수훈갑이 됐다.
고산욱은 활달한 성격에 ‘끼’가 철철 넘친다. 벌써부터 관중 많은 일본이나 유럽 무대를 꿈꾼다. 스페인과 1차전 때는 직접 득점을 올린 뒤 멋진 골 뒤풀이도 선보였다. 속공을 하려고 패스할 곳을 찾다가 상대 빈 골문을 향해 장거리 골을 성공시킨 것.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조별리그를 꼭 통과해 관중 많은 오리드에 가서 경기하고 싶다”고 했다. 고산욱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키는 작지만 팔이 유난히 길어’ 핸드볼 골키퍼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148㎝이던 키도 중학교 때 부쩍 자라 185㎝가 됐다.
김성원은 2005년 경희대에 입학했다가 1년 만에 조선대로 진로를 바꿨다. 경희대에 골키퍼 선배가 3명이나 됐기 때문. 그런데 조선대에 입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봄, 최강 경희대를 2골 차로 꺾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김성원은 내친 김에 그 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고산욱과 정반대로 내성적이고 조용하다. 주니어태표팀 최태섭 감독은 그는 “국가대표나 해외진출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 대학 졸업 뒤 실업무대에서 꿈을 펼치고 싶다”고 겸손해 했다.
스코페(마케도니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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