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하 감독
‘큰 몸집·큰 목소리’ 주니어 핸드볼팀 부단장 임규하 감독
거구의 동양인이 관중석에서 목이 터져라 한국팀을 응원한다.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관중들 시선이 그에게로 쏠린다. 관중들은 빙그레 웃으며 그에게, 그리고 한국팀에게 박수를 보낸다. 주인공은 임규하(50·사진) 인천도시개발공사 감독.
그는 마케도니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세계남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한국팀 부단장을 맡았다. 2년 전 헝가리에서 열린 바로 이 대회 감독으로 한국팀을 16년 만에 결선리그에 진출시킨 장본인이다. 그가 이번 대회에선 ‘응원단장’으로 변신했다. 교민이 거의 없어 한국팀 응원단이라고 해봐야 통역 등 서너 명에 불과하지만 임 감독은 ‘일당백’이다.
임 감독은 1980년대 국가대표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다. 82년 뉴델리아시아경기 때 동메달을 안겼고, 86년 서울아시아경기 때는 최고참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83년 10월1일 제1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누를 때도 주역이었다. 그는 “스코어(25-19)까지 잊지 않는다. 그때부터 한국 남자핸드볼이 일본을 앞질렀다”고 회고했다. 임 감독은 ‘태릉 커플’이기도 하다. 부인은 양궁 국가대표 출신 김미영(47)씨. 현재 수원시청 양궁팀 감독을 맡고 있다. 결혼할 때 “큐피드의 화살이 철벽 수문장을 꿰뚫었다”는 신문기사가 등장할 정도로 화제였다.
인천이 고향인 임 감독은 은퇴 후 인천 정석항공고 감독으로 부임해 18년 동안 전국대회를 20여 차례 석권했고, 지난해 창단한 인천 도시개발공사 초대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또 국제심판으로 12년간 활동하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코트를 누볐다.
임 감독은 핸드볼이 인기종목으로 거듭나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세미 프로리그를 출범시켜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경기를 갖고, 핸드볼 팬들을 협회 후원회원으로 등록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게 요즘 큰 근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대한핸드볼협회 강화이사를 맡은 그는 8월 말(여자)과 9월 초(남자)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서 한국이 자칫 티켓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자는 홈팀 카자흐스탄의 텃세가, 남자는 심판들의 ‘쿠웨이트 밀어주기’가 걱정입니다.” 그래서 9월 초에는 주말을 이용해 한국과 쿠웨이트 경기가 열리는 일본으로 직접 날아가 응원할 예정이다.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그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핸드볼 좀 많이 사랑해 주세요.”
스코페(마케도니아)/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스코페(마케도니아)/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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