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키로 한다고?’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 최단신(1m73) 공격수 이상호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의 1차전 후반 27분 헤딩슛으로 1-1 동점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바람’ 데뷔골
올림픽호 첫 승선 20살 이상호 키(173cm)가 작은 편이다. 올림픽축구대표팀 최단신. 정작 이상호(20·울산 현대)는 “축구를 키로 하나요?”라고 되받는다. “내 장점은 경기장에서 많이 뛰어 다녀 상대를 지치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 패기다웠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6분 한동원(21·성남 일화)을 대신해 나왔다. 박성화 감독은 “(처진 스트라이커) 선발로 한동원과 이상호를 고민했는데 이상호가 올림픽대표팀 첫 경기라 긴장할 수 있어 후반에 투입시켰다”고 했다. 오히려 이상호를 최근 가르친 20살 이하 청소년대표팀 조동현 감독은 “진작 들어갔다면 분위기를 더 빨리 바꿨을 것”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포워드, 측면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라 재치가 있다. 전술 이해도가 높다. 작지만 큰 선수와 헤딩을 경합할 수 있는 체공력, 공의 낙하지점을 읽는 시야가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 이상호는 후반 27분 김승용(광주 상무)의 프리킥이 날아오자 머리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20살에 불과한 청소년대표가 올림픽팀에 승격돼 뽑아낸 대담한 첫 경기 데뷔골이었다. ‘박성화호’는 이근호(대구FC)의 추가골까지 보태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상호는 울산 현대에서도 주전으로 뛸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축구팬들이 “제발 주변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잘 컸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그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이동국 박지성 김두현 등 선배들이 수상한 ‘차범근 축구대상’을 2000년에 받았던 그는 고교시절 전국대회 4강에 들지 못했는데도 각급 대표팀에 불려갈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부지런히 뛰는 스타일 덕에 박지성 별명을 빗댄 ‘신형 산소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동현 감독은 “팀플레이에 너무 신경쓰다 보니 개인욕심을 잘 내지않아 대담성이 부족한 게 흠이다. 상호가 지금의 박지성 나이가 되면 경기를 읽는 능력이 박지성보다 좋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선수”라고 했다. 이상호는 “(올림픽팀) 황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존 올림픽대표팀 형들이 그냥 흘려들어선 안될 말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늦바람’ 만루포
13년만에 4번타자 36살 최동수 최동수(36)는 1994년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그해 팀은 ‘천하무적’이었다. 유지현(LG코치)-서용빈(은퇴)-김재현(SK) 신인 3인방이 팀을 이끌다시피했다. LG는 그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최동수의 자리는 없었다. 2차지명으로 입단한 그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당시 팀에선 김동수(현대)가 안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고,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최동수는 홈경기밖에 나설 수 없었다. 1994년 최동수의 1군 기록은 1타수 1삼진이 전부였다. 2007년. 최동수는 데뷔 13년 만에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2004년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을 뿐 그는 대타나 1루수 백업요원으로 드문드문 보습을 보이던 선수였다. 올 시즌 역시 시작은 1루수 대수비였다. 4번을 번갈아 치던 박용택과 페드로 발데스가 부진한 사이, 3할대 타율을 유지하던 그는 4번으로 진입했다. 4번 타자를 맡으면서 ‘팔자에 없던’ 상대 투수들의 견제도 당해야 했다. 그는 평소에도 “나는 홈런을 많이 치지도,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것도 아니라 부담이 컸다”며 “팀 사정 상 누군가 4번을 맡아야 했고 그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해왔다. 22일 현재 타율 0.294, 9홈런, 42타점. 상대팀 4번들보다 ‘한끗’ 부족한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22일은 더더욱 그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현대와 수원경기 3-5로 뒤지던 9회초 2사 만루에서 자신의 생애 첫 시즌 100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 만루홈런 한방으로 LG는 꺼져가던 4강행 불씨를 살렸다. 3-2로 앞서다 3-5 역전을 허용했던 불펜투수들의 부담도 덜어줬다. LG는 4위 한화에 2.5경기 뒤진 5위를 달리고 있다. 중심타자 최동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말로만 ‘최선을 다하자’가 아니라 매 순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동료들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물론 그에겐 더 큰 꿈이있다. “나이를 먹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타자 훌리오 프랑코(49·애틀랜타 브레이브스)처럼요. 저는 한국의 프랑코가 되고 싶습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올림픽호 첫 승선 20살 이상호 키(173cm)가 작은 편이다. 올림픽축구대표팀 최단신. 정작 이상호(20·울산 현대)는 “축구를 키로 하나요?”라고 되받는다. “내 장점은 경기장에서 많이 뛰어 다녀 상대를 지치게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 패기다웠다. 0-1로 끌려가던 후반 6분 한동원(21·성남 일화)을 대신해 나왔다. 박성화 감독은 “(처진 스트라이커) 선발로 한동원과 이상호를 고민했는데 이상호가 올림픽대표팀 첫 경기라 긴장할 수 있어 후반에 투입시켰다”고 했다. 오히려 이상호를 최근 가르친 20살 이하 청소년대표팀 조동현 감독은 “진작 들어갔다면 분위기를 더 빨리 바꿨을 것”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포워드, 측면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라 재치가 있다. 전술 이해도가 높다. 작지만 큰 선수와 헤딩을 경합할 수 있는 체공력, 공의 낙하지점을 읽는 시야가 있다”고 했다. 그 말대로 이상호는 후반 27분 김승용(광주 상무)의 프리킥이 날아오자 머리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20살에 불과한 청소년대표가 올림픽팀에 승격돼 뽑아낸 대담한 첫 경기 데뷔골이었다. ‘박성화호’는 이근호(대구FC)의 추가골까지 보태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첫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상호는 울산 현대에서도 주전으로 뛸 만큼 성장세가 가파르다. 축구팬들이 “제발 주변 기대에 휘둘리지 않고 잘 컸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그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이동국 박지성 김두현 등 선배들이 수상한 ‘차범근 축구대상’을 2000년에 받았던 그는 고교시절 전국대회 4강에 들지 못했는데도 각급 대표팀에 불려갈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부지런히 뛰는 스타일 덕에 박지성 별명을 빗댄 ‘신형 산소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동현 감독은 “팀플레이에 너무 신경쓰다 보니 개인욕심을 잘 내지않아 대담성이 부족한 게 흠이다. 상호가 지금의 박지성 나이가 되면 경기를 읽는 능력이 박지성보다 좋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선수”라고 했다. 이상호는 “(올림픽팀) 황태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기존 올림픽대표팀 형들이 그냥 흘려들어선 안될 말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최동수(36·LG) 사진 LG 트윈스 제공
13년만에 4번타자 36살 최동수 최동수(36)는 1994년 LG 트윈스에 입단했다. 그해 팀은 ‘천하무적’이었다. 유지현(LG코치)-서용빈(은퇴)-김재현(SK) 신인 3인방이 팀을 이끌다시피했다. LG는 그해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지만, 최동수의 자리는 없었다. 2차지명으로 입단한 그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당시 팀에선 김동수(현대)가 안방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고, 방위병으로 복무하던 최동수는 홈경기밖에 나설 수 없었다. 1994년 최동수의 1군 기록은 1타수 1삼진이 전부였다. 2007년. 최동수는 데뷔 13년 만에 4번 타자 자리를 꿰찼다. 2004년 유일하게 규정타석을 채웠을 뿐 그는 대타나 1루수 백업요원으로 드문드문 보습을 보이던 선수였다. 올 시즌 역시 시작은 1루수 대수비였다. 4번을 번갈아 치던 박용택과 페드로 발데스가 부진한 사이, 3할대 타율을 유지하던 그는 4번으로 진입했다. 4번 타자를 맡으면서 ‘팔자에 없던’ 상대 투수들의 견제도 당해야 했다. 그는 평소에도 “나는 홈런을 많이 치지도, 타점을 많이 올리는 것도 아니라 부담이 컸다”며 “팀 사정 상 누군가 4번을 맡아야 했고 그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말해왔다. 22일 현재 타율 0.294, 9홈런, 42타점. 상대팀 4번들보다 ‘한끗’ 부족한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22일은 더더욱 그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현대와 수원경기 3-5로 뒤지던 9회초 2사 만루에서 자신의 생애 첫 시즌 100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 만루홈런 한방으로 LG는 꺼져가던 4강행 불씨를 살렸다. 3-2로 앞서다 3-5 역전을 허용했던 불펜투수들의 부담도 덜어줬다. LG는 4위 한화에 2.5경기 뒤진 5위를 달리고 있다. 중심타자 최동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말로만 ‘최선을 다하자’가 아니라 매 순간 몸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동료들과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물론 그에겐 더 큰 꿈이있다. “나이를 먹어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타자 훌리오 프랑코(49·애틀랜타 브레이브스)처럼요. 저는 한국의 프랑코가 되고 싶습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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