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핸드볼의 상징 ‘속공’을 주도하고 있는 주니어대표팀 김상우(한국체대) 박편규(경희대) 안종민(원광대) 권영준(강원대·왼쪽부터).
결선리그 3전패 당했지만…
“키 작고 기량도 떨어졌지만 우리에겐 스피드가 있었다.”
마케도니아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세계남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21살 이하)에서 한국팀 최태섭 감독(성균관대)이 밝힌 결선 진출 비결이다. 비록 결선리그에서 3전 전패를 당했지만 애초 조별리그 탈락을 기정사실로 여긴 것에 견주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한국은 2년 전 헝가리 대회 때 1989년(7위) 이후 무려 16년 만에 12강 결선에 진출했고, 이번에 2회 연속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평균 키가 20개 참가국 중 가장 작은 180㎝에 불과하고 전력이 2년 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게다가 에이스 엄효원(21·원광대)은 다리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국제무대 경험이 많은 심재복(20·한국체대)은 상대팀에게 장·단점이 노출됐다.
그럼에도 2년 연속 결선진출에 성공한 것은 ‘한국식 속공’이 제대로 먹힌 덕분이다. 그 선봉에는 좌우 날개 안종민(21·원광대)-권영준(20·강원대)과 박편규(20·경희대)-김상우(20·한국체대)가 섰다.
안종민은 전원 대학생으로 구성된 한국선수 가운데 유일한 4학년이다. 생일이 빨라 출전이 가능했고, 주장까지 맡았다. 그는 이번 대회 7경기 53골로 전체 득점랭킹 2위에 오르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왼손잡이로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뽑혔던 그는 “실업팀에 가서도 기복없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권영준은 왼손잡이가 부족한 팀내에서 원래 포지션인 라이트백 뿐 아니라 라이트윙까지 소화하며 전천후로 활약중이다. 특히 결선진출의 최대 고비였던 브라질 전에서 막판 연거푸 3골을 몰아넣으며 팀에 짜릿한 승리를 안겼다. 장신 선수를 따돌리는 돌파 능력과 언더슛이 일품이다.
박편규와 김상우는 오른손잡이로 레프트윙을 맡고 있다. 박편규는 100m를 12.3초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발이 장점이다. 지난 시즌 핸드볼큰잔치에서 대학선수로는 유일하게 베스트7에 뽑힌 실펵파. 김상우는 중1 때까지 골키퍼를 맡다가 키가 자라지 않아 대학 1학년 때 윙으로 보직을 바꿨다. 그러나 성실한 훈련과 빠른 발로 새 포지션에 잘 적응하고 있다. 둘은 “앞으로 국가대표로 발탁돼 ‘한국식 속공’을 완성시키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한편, 한국은 25일 밤 8시30분(한국시각) ‘아시아의 맞수’ 쿠웨이트와 11-12위전을 갖는다.
오흐리드(마케도니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