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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대왕의 고향’ 발칸반도 마케도니아를 가다

등록 2007-08-25 13:17수정 2007-08-25 15:24

인천공항을 떠난 지 36시간 만에 도착한 마케도니아.
인천공항을 떠난 지 36시간 만에 도착한 마케도니아.
김동훈 스포츠 기자

마케도니아.

평생 한번 가볼까말까 한 나라에 출장을 가게 됐다. 제16회 세계남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 풀(pool) 기자로 선택된 덕분이었다.

마케도니아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알렉산더의 고향’ 딱 그거 하나였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발칸반도의 중부, 즉 그리스·불가리아·마케도니아의 3국에 걸친 지역”이라고 나왔다. 지역은 대충 짐작이 갔다.

마케도니아로 들어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국내 휴대전화 로밍도 안되는 지역이었다. 12시간 비행 끝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1박을 한 뒤 다시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마케도니아 수도 스코페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떠난 지 36시간 만이었다.


오흐리드 다운타운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과 성당.
오흐리드 다운타운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과 성당.

8월의 스코페는 한국처럼 후텁지근했다. 기온은 40도를 오르내렸지만 그나마 습기가 한국보다 적었다. 한국의 여름철 습도는 80~90%인 반면에 마케도니아는 50~60% 정도다.

마케도니아를 제대로 둘러볼 기회는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다만 스코페에 도착한 뒤 숙소와 체육관을 왔다갔다가 하며 기사 쓰는 일상에 젖을 무렵, 현지의 우리 교민들을 통해 빙산의 일각이나마 접할 수 있었다.

8월17일 저녁(현지시각) 마케도니아 칼레체육관. “대~한·민·국! 짜자~짝 짝·짝!”

‘미지의 땅’ 마케도니아에 태극기가 펼쳐지고, 붉은악마가 등장했다. 주인공은 마케도니아 교민 6명. 강진필(36)-정경선(36)씨 부부와 자녀 셋, 그리고 황자선(32)씨는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한국팀 응원단으로 나섰다.

이들은 관중석 앞에 태극기 2개를 내건 채 붉은색 티셔츠를 입고 페트병을 두드리며 한국 선수들에게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마케도니아 소녀 팬 등 관중 30여명도 한국팀 응원단에 가세해 “대한민국”을 외치고 엇박자 박수를 따라했다. 몇몇 마케도니아 관중은 어디서 구했는지 태극기를 흔들었고, 두 사람은 아예 가슴에 태극기를 두른 채 한국인 틈에 자리잡고 앉아 응원했다.

강씨는 “마케도니아에서 한국팀 경기가 있는 줄 모르다가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알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황씨는 “6~7년 전 여자핸드볼 대회에 한국팀이 다녀간 뒤 처음인 것 같다”며 “경기 전 애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 전 대회 우승팀 덴마크에 전반에 2골 앞서는 등 선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아쉽게 역전패하고 말았다. 강씨는 “이 정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 것도 대단하다.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8월17일 마케도니아 칼레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세계남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러 나온 소녀 팬들과 태극기.
8월17일 마케도니아 칼레체육관에서 열린 제16회 세계남자주니어핸드볼선수권대회에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러 나온 소녀 팬들과 태극기.

마케도니아는 한국과 아직 수교를 하지 않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이 곳에 사는 한국인도 어른·아이 모두 합쳐 10명. 강씨 가족 다섯과 황씨 가족 셋, 미혼여성 1명, 그리고 마케도니아 남성과 결혼한 여성 1명이 전부다. 이 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거의 없다. 과거 대우자동차 지점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 철수했다.

강씨와 황씨는 선교활동을 위해 이 곳에 왔다. 강씨는 2년 전 처음 왔고, 황씨는 5년 전에 이어 두번째로 마케도니아를 찾았다. 강씨는 “이 곳 사람들은 한국이 부유한 나라이고 열심히 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한국팀 결선 경기가 열리는 오브리드까지는 너무 멀어 갈 수 없지만 마음 속으로 큰 성원을 보내겠다”며 밝게 웃었다.

8월19일 스코페를 떠나 휴양도시 오흐리드로 이동했다. 예선 탈락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졌지만 한국팀이 결선에 오르는 바람에 또다른 도시를 구경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 곳에 머물 수 있었던 시간은 이틀뿐이었다. 오흐리드는 커다란 호수를 끼고 있는 도시다. 처음엔 바다로 착각할 정도였다. 많은 이들이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즐겼다. 마케도니아는 4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내륙 속의 나라인데도 순간 착각할 정도로 바다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호숫가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히잡을 둘러쓴 이슬람교 여성 신도들이 발만 물에 담근 채 즐기는 모습이었다. 마케도니아 사람들은 70%가 마케도니아 정교를, 30%가 이슬람교를 믿는다.

오흐리드 다운타운에는 오래된 건물과 성당, 동상 등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현지 전문가이드를 만나지 못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그저 눈으로 감상만 했다. 히잡을 쓴 여인들은 귀국길 비행기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들른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많이 눈에 띄었다.

마케도니아 인구는 200만명, 국토도 한반도의 10분의 1, 경상도 땅 정도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도 2천~3천달러 정도다. 마케도니아를 떠나던 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스코페와 그들의 진지한 눈망울이 오버랩됐다. 마케도니아는 순박하고 친절한 나라였다.

마케도니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
마케도니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

<한겨레>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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