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테니스…랭킹 36위 꺾고 2회전에
허벅지 경련에도 끝까지 경기 포기 안해
허벅지 경련에도 끝까지 경기 포기 안해
5세트 3-3 상황에서 7번째 게임. 경기 도중 이형택(삼성증권·세계순위 43위)은 갑자기 비틀댔다. 양쪽 허벅지에 경련이 온 것이었다. 눈물을 머금으면서 게임을 따낸 뒤 이형택은 벤치로 돌아와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다. 몸상태로는 더이상 경기가 무리인 듯 보였다. 하지만 막 두 아이 아빠가 된 서른 한살 베테랑 이형택은 코트에서 분연히 일어섰다. 승리는 그의 것이었다.
이형택은 28일 새벽(한국시각) 뉴욕 플러싱 메도 빌리 진 킹 내셔널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총상금 185억원) 1라운드에서 자신보다 세계순위가 높은 도미니크 에르바티(슬로바키아·세계순위 36위)에 3-2(6:7/6:4/7:5/6:7/6:4) 역전승을 거두고 2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2년 연속 2라운드 진출. 이로써 이형택은 메이저대회 최초이자 최후로 16강전에 진출했던 2000년 US오픈대회의 기적을 재연할 기회를 이어갔다.
이형택의 놀라운 정신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경기였다. 이형택은 1세트 5-1까지 앞서다가 에르바티에게 추격을 허용하면서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1세트를 내줬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지만, 이형택은 전혀 흔들림 없는 경기를 보여주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이형택은 경기 직후 <테니스코리아> 인터뷰에서 “쥐가 났을때 하늘이 노랬지만, 경기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면서 “태어난 지 한달도 채 안된 둘째 창현이가 보고 싶지만 뉴욕에서 일주일 이상 아니 오래오래 머물러 2000년 기록을 깨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형택은 2라운드에서 지난 3월 ‘테니스 황제’ 로거 페더러(스위스)의 41연승을 제지했던 기예르모 카나스(아르헨티나·14위)와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대회 4연패를 노리는 페더러와 여자단식 톱시드 쥐스틴 에넹(벨기에·1위) 또한 무난히 1라운드를 통과했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14위)는 208㎞짜리 강서브로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투어 및 메이저대회 본선 여자선수 최고 서브 스피드(206㎞)를 갈아치웠다. 남자단식에선 신예 존 아이스너(미국·184위)가 큰 키(2m5)를 앞세운 강력한 서브로 야르코 니미넨(핀란드·26위)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아이스너는 최고 230㎞짜리 서브를 앞세워 이날만 34개의 서브 에이스를 성공시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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