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세계선수권 평행봉 1위…한국 체조 부활 신호탄
1등만 기억되고 2등은 묻히는 ‘1등주의’. 김대은(23·전남도청)은 그동안 1등주의의 피해자였다. 김대은은 2004 아테네올림픽 체조 남자 개인종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했지만, 양태영(27·포스코건설)에 가렸다. 당시 양태영은 경기 도중 평행봉 종목에서 심판진의 오심으로 난이도가 잘못 채점돼 폴 햄(미국)에 밀리며 동메달에 그쳤다. 오심으로 ‘1등’을 놓친 양태영에게 눈이 쏠리면서 자연스레 ‘2등’ 김대은은 묻혔다. 그런 김대은이 당당히 세계선수권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도하아시아대회에서 부상당한 양태영 대신 대타로 출전한 평행봉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대은은 9일 밤(한국시각)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끝난 세계체조선수권대회 평행봉 종목에서 16.250점으로 슬로베니아 미트야 페트코프섹과 함께 공동으로 금메달 시상대에 올랐다. 한국선수로는 1999년 이주형(평행봉·현 국가대표 감독) 이후 8년 만의 쾌거. 김대은은 개인종합에서도 5위에 올라 한국 역대 최고성적을 냈다. 비로소 그는 2인자나 땜질선수가 아닌 당당한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제 목표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체조는 그동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차례 금메달을 따냈지만, 올림픽에서는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도마에서 박종훈이 동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유옥렬(1992년 도마 동메달), 이주형(2000년 평행봉 은메달, 철봉 동메달) 등이 올림픽 5회 연속 메달을 따냈을 뿐이다. 기대되는 종목은 역시 평행봉이다. 형제관계인 이주형 감독-이장형 코치의 지도 아래 실력이 나날이 늘고 있는 만큼, 기술적인 면만 조금 보완된다면 숙원인 올림픽 금메달도 결코 꿈만은 아니다. 특히 제일 먼저 넘어서야 할 경쟁자들이 바깥이 아닌 안에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쌍끌이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은의 최대경쟁자는 어찌됐든 양태영이나 유원철(23·포스코건설)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대은은 “약한 링과 철봉 등을 보완해 내년 올림픽에서 개인 종합 메달도 노리고 단체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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