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만(24·마사회)
3년전 갑작스런 ‘비보’ 이후 경기마다 쓴잔
좌절 딛고 5월 아시아 우승으로 다시 우뚝
좌절 딛고 5월 아시아 우승으로 다시 우뚝
세계유도선수권 출전 방귀만
아버지가 조금만 더 기다렸다면, 아들이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전화받고 새벽에 태릉선수촌에서 택시 타고 부천까지 갔어요. 10분, 10분만 빨리 도착했다면….” 유도 도복 입은 아들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버지는 2004년 2월 52살에 위궤양으로 눈을 감았다. 그때부터 방귀만(24·마사회)도 침체기에 들어갔다. 아테네올림픽 첫 경기 탈락. 기술을 걸다 되치기 한판패로 쓰러졌다. “어릴 때니 다음 기회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준비한 게 억울했죠.” 그는 2002년 말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선정한 ‘아테네올림픽 장학생’에 뽑혔다. 올림픽까지 매달 1200달러의 훈련비를 받는 ‘IOC장학생’은 한국 스포츠 사상 그가 처음이었다. 2005년엔 훈련 도중 왼팔이 빠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걸 참고 2006년 도하아시아경기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지만, 또 떨어졌다. 그가 속한 66㎏급은 국내외 강자가 우글거려 ‘살벌한 체급’으로 불린다.
그는 ‘절대 강자’가 없다는 체급에서 올해 태극마크를 되찾았고, 지난 5월 일본 등 강호들을 꺾고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그가 13일부터 16일까지 브라질에서 열리는 세계유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다. 출국하기 전 만난 그는 아버지를 떠올렸다. 남들은 웃지만, 그는 아버지가 ‘귀한 것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골라준 이름 방귀만을 좋아한다.
“곧 추석이라 출국 전 산소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가서 죄송해요. 이번에 훈련량이 굉장히 많아서…. 아직도 팔과 어깨가 아프지만 잘 하고 오는 게 효도겠죠. 좋은 성적내고 돌아와서 아버지 찾아뵈려고요.”
대표팀은 권영우(81㎏급)와 2003년 대회 우승자 최민호(60㎏급)를 금메달 후보로, 방귀만(66㎏급)과 19살 왕기춘(73㎏급)을 복병으로 꼽고 있다. 한국은 2005년 대회에서 남녀 모두 개인전 우승이 없었다. 방귀만이 우승하면 한 해에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을 동시에 석권하는 겹경사를 맞는다.
“일본과 브라질 선수들이 강호들이고, 유럽선수들은 힘도 세고 변칙기술이 많죠. 제 기술이 부드럽다고 하는데, 그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길 수 있는 법이죠.” 어깨매치기가 주무기인 그는 대회 3일째인 15일 세계를 매치기 위해 다시 매트에 선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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