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제이 대븐포트가 오른손으로 발리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왼손에 안긴 3개월 된 아들 재거 리치 뺨에 입을 맞추고 있다. 발리/AP 연합
출산 100일도 안지난 대븐포트
WTA 투어 커먼웰스뱅크 우승
WTA 투어 커먼웰스뱅크 우승
첫 아들 재거에게 처음 세상의 빛을 보게 해준 것이 6월11일(한국시각). 그로부터 100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제대로 몸을 추스릴 시간이 부족했겠건만 테니스코트 위에서 세계 3위 옐레나 얀코비치(22·세르비아)를 눌렀고, 세계 12위 다니엘라 한투초바(슬로바키아)도 꺾었다. 가슴 한쪽에 생후 3개월짜리 아이를 품고, 다른 한쪽에는 우승컵을 거머쥔 채 ‘여왕’은 돌아왔다.
전 여자테니스 세계 1위 린제이 데이븐포트(31·미국). 그는 16일 밤 인도네시아 발리 그랜드하얏트호텔 센터코트에서 열린 세계여자테니스연맹(WTA) 투어 커먼웰스뱅크 테니스클래식(총상금 22만5천달러) 단식 결승전에서 한투초바를 2-1(6:4/3:6/6:2)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서브가 정말 좋았다”는 게 상대 한투초바의 말. 데이븐포트의 단식우승은 2005년 10월 취리히오픈 우승 이후 처음이며, 통산 52번째.
2003년 은퇴한 테니스 선수 존 리치와 결혼한 데이븐포트는 지난해 12월 첫 아이 임신사실을 알리면서 테니스코트를 떠났었다. 그는 6월 출산 뒤 한달여 만인 7월19일 투어에 참가하겠다고 공식선언하고 8월에 열린 파일럿 펜 대회 복식경기에 출전했지만 1라운드 탈락의 비운만 맛봤다. 당시 데이븐포트는 복귀소감에서 “아이를 낳은 주부지만 여전히 기량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가 어릴 때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단식 출전은 이번 발리오픈이 처음이었다.
우승 확정 후 재거를 품에 안은 데이븐포트는 “우승해서 조금 놀랐다. 아마도 임신했던 경험이 나에게 어떤 마법의 힘을 줬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현재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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