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리가 21일 서울 장충코트에서 열린 제51회 장호 홍종문배 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한성희에게 포핸드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호배 주니어대회 여자단식 김나리 우승
빗방울이 흩날렸다. 네트 위로 넘나드는 공의 소리가 잦아들면, 장충테니스코트장을 감싼 남산 까치들이 부산스럽게 울어댔다. 그래도 사람들 시선은 한곳으로만 모아졌다. 마음 속에는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이형택(삼성증권)과 전미라(은퇴)에 이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는 누구일까.’
21일 서울 장충코트에서는 미래 기대주들이 자웅을 겨루는 장호 홍종문배 주니어테니스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심판은 국가대표 출신들 모임인 ‘마당회’ 소속의 은퇴 여자테니스선수들이 맡았다.
여자단식 결승전 최대관심은 국내 주니어랭킹 1위 한성희(17·중앙여고2)였다. 제주 국제주니어대회와 이덕희배를 휩쓸었던 그는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이를 의식해서였는지 그는 경기 2시간 전부터 코트를 찾아 워밍업을 하면서 결승준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신데렐라는 그가 아니었다. 주니어랭킹 16위의 김나리(18·강릉정보공고3)였다. 김나리는 결승전서 잦은 실수로 스스로 무너진 한성희를 상대로 2-0(6:1/6:1)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고교 들어 김나리가 한성희를 꺾은 것은 이번이 두번째.
김나리는 우승이 믿기지 않는 듯 “기분은 좋은데 성희가 실수를 많이 했다”고 겸손해하면서 “경기 전에는 힘든 상대라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2세트 2-0 상황에서 게임을 따낸 뒤 오늘 이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했다. 뜻밖의 우승을 거머쥔 김나리는 대회를 주최한 장호체육진흥재단으로부터 해외출전경비 2천달러를 받았다.
장호 홍종문배 주니어테니스대회는 1957년 처음 시작돼 올해로 51회를 맞았으며, 그동안 이형택 전미라 등 유수의 테니스 스타들을 발굴해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