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뿐히 8강행 비너스 윌리엄스가 27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한솔오픈테니스 2라운드 타마린 타나수가른(타이) 공을 되받아치고 있다. AP 연합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하지만 ‘흑진주’가 코트를 누빈 1시간1분 동안 하늘은 눈물을 꾹 참았다. 강한 바람만 시속 201㎞ 그의 서브를 시샘하는 듯했다. 그가 승리를 확정짓자 그제서야 비는 흩뿌리기 시작했다.
“200㎞ 강서브를 보여주겠다”던 비너스 윌리엄스(미국·세계9위)가 한국팬들과 약속을 지켰다. 윌리엄스는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한솔코리아오픈(총상금 14만5천달러) 16강전서 한수 아래 타마린 타나수가른(타이·90위)을 2-0(6:2/6:1)으로 제압했다. 전날부터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느껴 발목부터 무릎까지 압박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에 출전했지만, 윌리엄스는 노련하게 플레이를 가져갔다.
윌리엄스는 1세트 3번째 게임과 2세트 3번째, 5번째 게임에서 3차례 시속 201㎞의 강서브를 선보였다. 믿기지 않는 속도가 장내 스피드건에 찍히자 궂은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수백 팬들은 잠시 술렁이기도 했다. 윌리엄스의 최고 서브속도는 207㎞로 여자 테니스선수들 중 으뜸이다. 1라운드 최고 179㎞에 머물렀던 윌리엄스의 이날 평균 서브속도는 160~170㎞.
경기 후 간단하게 야채 등으로 요기를 한 뒤 공식인터뷰에 응한 윌리엄스는 “비 오기 전에 경기가 끝나 다행”이라며 “바람이 여러군데서 불어 플레이가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8강전에서도 강서브를 선보일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웃으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은 해보겠다”고 했다. 윌리엄스는 28일 8강전서 2005년 한차례 맞붙은 세계 190위 마르타 도마쵸스카(21·폴란드)와 만난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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