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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트라이 찍는 기분 끝내줘요”

등록 2007-10-01 21:12

한국 최초로 결성된 한국여자럭비대표팀이 지난 29일 서울 목동 양정고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A href="mailto:jongsoo@hani.co.kr">jongsoo@hani.co.kr</A>
한국 최초로 결성된 한국여자럭비대표팀이 지난 29일 서울 목동 양정고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여자럭비 대표팀 첫 탄생
“야! 어디로 차는거야.” “어~어~, 나 이거 못잡아.”

9월30일 낮 보슬비 내리는 서울 오류동 서울럭비구장에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선수들은 온몸에 땀과 빗물이 범벅이 된 채 넘어지고 뒹굴렀다. 간간이 웃음소리도 퍼졌다. 내년 럭비여자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앞두고 한국 럭비사상 최초로 결성된 여자 선수들이다. 레슬링, 아이스하키에 이어 국내에선 마지막 ‘금녀의 스포츠’로 여겨진 럭비마저 여성들이 문을 활짝 열어제친 것이다.

“일본은 물론 중국·홍콩·싱가폴·타이까지 여자럭비팀이 있는데 우리만 없으면 안되죠. 그래서 선수들을 끌어모았어요.” 여자팀 결성을 주도한 서호정(27)씨의 말이다. 대학(이화여대 체육학과) 때 골프를 했던 서씨는 졸업 후 체육행정을 배우고 싶어 지난 6월 대한럭비협회에 입사했다가 럭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한국 최초 여자럭비팀 결성이라는 험난한 벽에 도전했다. 그는 “‘여자가 무슨 럭비냐’는 선입견 탓에 선수모집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에 한양대와 서울대 체육학과 학생, 이화여대 체육학과 대학원생, 회사원 등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 여성 12명을 모았다.

“처음엔 기본 룰도 모르고 공도 못 잡아 헤맸죠. 지금은 보세요. 곧잘 하죠?” 7월부터 이들을 훈련시킨 양정고 임한수 코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는 “매주 빠지지 않고 나오도록 재미있게 가르치려 한다”고 귀띔했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럭비 예찬론자다. 채규연(24)씨는 “트라이 찍을 때 기분 정말 끝내준다”고 했다. 이은미(27)씨는 “격렬한 운동 뒤에 흘리는 땀이 좋다”고 했다.

선수들을 자극하는 것은 주한외국인 영어강사로 구성된 여자럭비단 ‘서울 시스터즈’다. 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럭비 선진국에서 온 이들은 어릴 적부터 배운 럭비를 잊지 못해 주말마다 오류동 럭비구장을 찾고 있다. 한국선수들은 이들을 곁눈질하며 생소한 럭비를 익히고 있다.

여자대표팀은 1일 선수 10명으로 공식 발족식을 가졌다. 2일부터 엿새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아시아트레이닝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6일엔 여자럭비 초보나라 7개국이 출전하는 7인제 대회에도 나선다. 이번 대표팀에는 ‘서울 시스터즈’ 외국인 선수 4명이 포함됐다. 일부 대학생 선수가 시험기간이라 출전하지 못하는 탓이다. 국제럭비위원회(IRB)는 해당국 거주 3년 이상 외국인의 대표팀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문제는 없다.

임한수 코치는 “럭비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에서 절반 가까운 관중이 여성”이라며 “우리도 7인제를 넘어 15인제로 확대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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