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공식 개막전에서 울산 모비스 케빈 오웬스(왼쪽)와 대구 오리온스 로버트 브래넌의 점프볼로 경기가 시작되고 있다. 울산/연합뉴스
혼자 23득점 쓸어담아…오리온스 이충희 감독 복귀전 승리 선물
체육관이 빨갛게 물들었다. 모비스 홈팬들은 빨간 풍선을 흔들었고, 원정 응원 온 오리온스 팬들도 빨간색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관중석 정면엔 붉은색 천으로 천·하·무·적이라는 대형 펼침막이 등장했다. 농구 팬들은 역전골과 멋진 슛이 나올 때마다 6개월이나 참았던 함성을 내질렀고, 힘껏 박수를 쳤다. 두 팀의 상징색 붉은색과 어우러져 체육관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2007~2008 에스케이(SK)텔레콤 프로농구는 이렇게 시작됐다.
역도 스타 장미란의 시구로 시작된 이날 개막전의 영웅은 김병철이었다. 김병철은 이번 시즌을 아픔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일본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위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 김인용(66)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버지는 30분 만에 눈을 감았다. 이날 울산 동천체육관에는 언제나 아들의 경기를 보러 오던 아버지의 모습은 없었다. 김병철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뛰었다”고 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개막전 첫 득점을 올린 김병철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두 팀 최다인 23점을 쓸어담았다. 3쿼터 골밑 돌파에 이은 추가 자유투를 얻은 뒤 두 주먹을 불끈 내밀었다. 이어 팀의 첫 3점슛을 터뜨리며 다시한번 환호했다.
결국 오리온스는 모비스를 92-83으로 따돌리고 원정 개막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다. 이충희 오리온스 감독은 창원 엘지(LG) 감독이던 2000년 3월2일 청주 에스케이전 이후 7년7개월 만의 프로 복귀전을 승리로 일궜다.
포인트가드에서 승부가 갈렸다. 오리온스 ‘매직핸드’ 김승현(12점 12튄공)은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줄기차게 오리온스 선수들에게 공을 배급했다. 반면, 양동근이 군 입대로 빠진 모비스는 볼 배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학섭과 하상윤이 양동근의 공백을 메웠지만 힘이 달렸다.
경기 내내 10점 차 안팎으로 뒤지던 모비스에도 기회는 있었다. 기회를 만든 이는 신인 함지훈(18점). 1쿼터부터 막판에 투입된 함지훈은 2쿼터 종료 버저비터로 홈팬들을 열광시키더니 3쿼터 종료 2.7초를 남기고 기어이 경기를 뒤집었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4쿼터 재역전에 성공했고, 종료 1분20초 전 9점 차로 벌리며 승부를 갈랐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 오리온스 이충희 감독=개막전을 이겨 기쁘다. 7년7개월 만의 복귀전이라 설레고 걱정됐다. 일단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이고 한단계씩 밟아올라 가겠다. 선수들에게 부담주지 않으려고 한다.
■ 모비스 유재학 감독=작년처럼 해결사가 없으니 위기 때 와르르 무너지는 게 걱정이다. 김학섭과 하상윤의 플레이 기복이 심해 포인트가드로 누구를 기용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18일 전적
■ 모비스 유재학 감독=작년처럼 해결사가 없으니 위기 때 와르르 무너지는 게 걱정이다. 김학섭과 하상윤의 플레이 기복이 심해 포인트가드로 누구를 기용해야 할지 감을 못 잡겠다. 울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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