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득점·4도움 쓸어담아…104-94 승리 이끌어
삼성 허재 감독 “심판, 서장훈에 너무 인색”
삼성 허재 감독 “심판, 서장훈에 너무 인색”
이상민은 이기려고 작정한 듯 했다. 상대는 시즌 전 자신을 내보낸 옛 친정팀 전주 KCC였다. 당시 이상민은 은퇴를 고려할 정도로 배신감을 느꼈다. “점프볼하기 전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추)승균이하고 유니폼이 다르니까. 하지만 경기가 시작된 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에게 물었다. ‘2연패를 끊는 것과 KCC와의 첫 맞대결에서 이겨야 한다는 마음 중 어떤 게 더 컸냐’고. “둘 다 중요했죠. 물론 (KCC에서 삼성으로 온) 개인적인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죠. 부담도 컸어요. 이상민 (영입)효과가 적은 게 아니냐는 말이 있어서. 그런데 이상민 효과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씩 웃었다.
이상민은 삼성 선수 중 최다인 27점(6리바운드·4도움·1가로채기)을 쓸어담았다. 첫 경기에선 7점(10도움), 두번째 경기에선 11점(2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얼마나 이 경기에 악착같이 임했는지 확 늘어난 득점이 뚜렷이 보여준다. 이상민은 3쿼터 종료 4분50초께 골밑으로 밀고들어가 골을 넣은 뒤 보너스 원샷을 얻어냈다. 평소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드러내지 않는 이상민도 이 순간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가 바로 이상민이다’는 외침처럼 보였다. 보너스 원샷을 넣은 이상민은 3쿼터 시작부터 바로 이 시간까지 혼자 12점을 몰아넣었다. 삼성은 63-44로 순식간에 달아났다.
KCC도 가만 있지 않았다. KCC는 경기종료 1분25초 전 88-94까지 따라붙으며 역전을 노렸다. 이후 반칙작전을 썼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 모자랐다. 이상민은 4쿼터에서도 고비마다 상대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로 7점을 보태며 승부의 추가 넘어가지 않게 만들었다.
2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07~2008 프로농구 삼성과 KCC의 경기. 유니폼을 바꿔입은 이상민과 서장훈의 시즌 첫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다. 관중은 6642명이 몰려왔다. 삼성은 슈터 이규섭(3점슛 4개·26점)의 고감도 슛과 11개의 도움을 배달한 강혁(12점)의 희생까지 보태 KCC를 104-94로 눌렀다. 삼성은 2연패 뒤 시즌 첫 승(공동 6위)을 챙겼고, KCC는 2승2패로 공동 4위가 됐다.
서장훈은 옛 친정팀의 수비에 막힌데다, 심판 휘슬에 감정이 흔들려 4점에 그쳤다. KCC는 제이슨 로빈슨(32점)이 분전했으나, 가드 임재현(8점7도움)과 추승균(12점)의 득점이 모자란 게 아쉬웠다.
허재 KCC 감독은 “비디오를 다시 보고 잘못된 게 있으면 심판설명회를 요청하겠다”며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서장훈을 거칠게 수비한 상대에겐 관대하고, 서장훈에겐 판정이 너무 인색했다는 얘기다. 허 감독이 서운할 만큼 이날 판정이 애매한 부분도 눈에 띄였다.
이날 삼성의 승리를 도운 이규섭은 “상민이 형을 위해 꼭 이겨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이상민은 “발목이 아파 치료를 받으며 뛰고 있다. 성적이 밑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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