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2일(한국시각) 기자회견에서 코카인 복용의혹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면서 은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글라트부르크/AP 연합
코카인 양성반응 논란 속 “나는 결백” 전격 은퇴선언
코트 위에서는 수많은 적들을 물리친 당당한 여장부였지만, 그는 무너지는 듯한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성명서를 읽어내려 갔다. 목소리는 떨렸고,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정말 화가 나고, 당황스럽습니다. 나는 정말로 100% 결백합니다.”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27·스위스·세계순위 19위)가 두번째 은퇴를 선언했다. 2001년 10월 양쪽 발목을 수술하고 이듬해 은퇴를 선언했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코카인 양성반응으로 등 떠밀 듯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2일(한국시각) 힝기스가 올해 출전한 윔블던대회에서 코카인 양성반응을 보였고, 이 때문에 전격적으로 현역은퇴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힝기스가 6월30일 로라 그랜빌(미국)과 3라운드를 치른 뒤 받은 소변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으며, 9월 중순 이런 사실을 안 힝기스는 얼마 후 개인적으로 머리카락 검사를 받아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힝기스는 성명에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나의 무기는 오로지 경기에 대한 열정뿐이었다”며 “윔블던 약물검사가 양성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도핑 관련 소송으로 싸우면서 몇년을 허비하기는 싫다. 내 상황과 나이, 엉덩이 부상 등을 고려해 현역에서 은퇴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힝기스는 이와 함께 “변호사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당시 소변검사 결과와 재검사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게 많았다”며 윔블던 도핑 관계자들이 실수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힝기스는 여자프로테니스(WTA)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16살3개월)에 메이저대회(호주오픈) 우승을 경험했으며, 최연소 나이(16살6개월1일)에 세계 1위에 올라 무려 209주 동안 1위를 지키기도 했다. 메이저대회 우승경력은 5차례. 올해까지 투어대회 단식은 43차례 석권했다. 2005년 11월 3년 만에 은퇴를 번복하고 코트에 복귀해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면서 20위권 이내의 순위를 유지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