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력으로 상대 투수진 흔들”
SK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예선에서 보여준 것은 빠른 야구였다.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전부터 중국 올스타전, 대만 퉁이 라이온스전까지 SK는 빠른 발놀림으로 상대 그라운드를 유린했다. 올해 정규리그 초반에 보여줬던 뜀박질 야구를 그대로 재연하고 있는 셈. 이 ‘발야구’는 전 대회 참가팀 삼성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기에 다른 아시아 챔피언들이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8일 주니치전. 김재현은 4회초 1사 2루에 있다가 이진영의 내야땅볼 때 상대 야수의 포구실책을 틈타 홈플레이트까지 파고들었다. 7회초 2사 2루에 있던 정근우는 대타 이재원의 투수강습 타구 때 공이 3루쪽으로 빠지는 사이 홈까지 내달렸다. “SK 선수들은 주저없이 다음 루를 노렸다”는 주니치 2루수 아라키 마사히로의 말처럼, 일본 정규리그에서 발야구라면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았던 주니치로서도 당황할 수밖에 없는 주루플레이였다.
콜드게임승을 거둔 중국 올스타전과 퉁이 라이온스전에서도 선수들은 브레이크 없이 내달렸다. 단타로 2루까지 넘보는가 하면, 2루에 있어도 단타가 나오면 홈으로 쇄도했다. 중국 올스타전에서 10안타 9사사구 4도루, 퉁이 라이온스전에서 12안타(1홈런 포함) 8사사구 1도루로 13점씩 뽑아냈던 것은 바로 기동력에 있었다. “기동력으로 상대 투수진을 흔들어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들어맞은 것 같다”(중국 올스타전 직후) “기동력이 있으니까 쉽게 주도권이 넘어왔다”(퉁이 라이온스전 직후)는 게 김성근 감독의 분석이었다. 이런 경기력은 철저한 훈련과 자신감에서 나왔다. SK는 지난해 10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다른 팀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면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추구했다. 이는 한국시리즈 2연패 뒤 4연승이라는 기적을 일궈낸 뒤 생긴 선수들의 자신감과 결합하면서 코나미컵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이후 선수들이 더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내가 지시를 안 해도 선수들이 하려고 하니까 분위기가 좋은 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도쿄/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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