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잠실서 맞대결
테니스 황제 로거 페더러(26·스위스). 그는 올해까지 4년 연속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1위를 고수했다.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자신의 턱밑에 있는 2, 3등 선수에 대해 그는 스스럼없이 말한다. “2, 3등은 관심 밖이다. 언제나 1등이 중요하다.” 황제답게 거침이 없다.
그런 그가 자신 이전에 1인자로 군림했던 피트 샘프러스(36·미국)와 코트 앞에서 마주선다. 20일(오후 5시50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특설코트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매치 Ⅵ에서. 이들의 맞대결은 2001년 윔블던 16강전 이후 두번째.
세기의 매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페더러)와 전형적인 서브 앤드 발리형 선수(샘프러스)의 대결로 압축된다. 대한테니스협회 이진수 홍보이사는 “페더러가 오랜 기간 독주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세계 상위랭커 중 서브 앤드 발리 스타일을 구사하는 선수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은퇴를 하기는 했지만 샘프러스가 전성기 때처럼 서브 앤드 발리 스타일로 맞선다면 의외로 흥미로운 경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3월 LA 인근 샘프라스 집에 있는 코트에서 한차례 연습경기를 가졌는데, 이때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페더러가 7-6으로 신승한 바 있다.
대결을 앞둔 샘프러스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샘프러스는 페더러(19일 입국)보다 하루 일찍 내한해 19일 하루 동안 적응훈련에 들어간다. 샘프러스는 이미 훈련장소 및 훈련파트너까지 주최 쪽에 문의한 상태다. 이진수 이사는 “국내에 머물고 있는 이형택(삼성증권)과 훈련도 추진해 보겠다”고 했다.
페더러는 대회에 앞서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13살 때 바젤에서 볼보이를 하고 있을 때부터 최고선수를 꿈꿨다. 하지만 이젠 꿈이 아니라 내 스토리가 됐다”며 “정상을 고수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샘프러스는 “은퇴 뒤 가정적인 삶을 살면서, 가끔 매치플레이를 하는 게 좋다. 아시아에서 페더러와 치를 3번의 경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페더러와 샘프러스는 한국에서 맞대결 이후 싱가포르·마카오로 건너가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현대카드 슈퍼매치 Ⅵ 입장권 예매는 티켓링크(www.ticketlink.co.kr,1588-7890)에서 할 수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