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제주도서 V리그 출정식
[현장] 현대캐피탈, 제주도서 V리그 출정식
성산포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매서웠다. 숨쉴 때마다 뼛속까지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걸었다. 정상을 향해…. 김호철 감독이 말했다. “이번 시즌 우리팀 예감하고 똑같네.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봐야지.”
18일 아침 6시40분 제주도 성산일출봉.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다함께 등반을 했다. 지난해 같으면 15분 만에 올랐을 길. 하지만, 이날은 궂은 날씨 때문에 곱절이 소요됐다. 정상에 선 김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서포터스 3명은 비록 일출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V3가 새겨진 애드벌룬과 함께 자신들의 소망을 쓴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냈다. 선수들의 바람을 담은 풍선은 세찬 바람을 타고 멀리 바다로 날아갔다.
현대캐피탈은 12월1일 2007~2008 시즌 V-리그 개막에 앞서 전날(17일) 제주도 서귀포 칼호텔에서 출정식을 했다. 여자·바람·돌이 많다는 삼다도에서 V-리그 3연패를 염원하기 위함이었다. 선수단은 16일 제주도에 도착해 서귀포 효돈체육관에서 훈련 중이다. 지난해처럼 1100고지 달리기(40~50분 소요)도 소화한다. 20일 상경할 계획.
김 감독 말처럼 현대캐피탈의 이번 시즌은 다소 우울하다. 아직까지 외국선수를 뽑지 못했고, 라이트 박철우가 기흉수술로 컨디션이 완전치 못하다. 현대캐피탈은 최악의 경우 외국선수없이 시즌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박철우의 공백은 레프트 송인석의 좌·우 기용 등 기존 선수들을 다목적으로 활용하면서 메울 생각. 그나마 세터 권영민이 월드컵대표팀에 들지 않아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기회가 많아 다행이다.
김 감독은 “여느 때보다 승부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 것 같다. 올해만큼은 선수들을 믿고 싶다”며 “플레이오프만 간다면 우승할 자신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인정 또한 “다른 팀들에 비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승멤버들이 그대로 있으니 우리들이 할 것만 한다면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다도의 정기를 받은 그들의 3연패 도전이 막 시작되고 있다.
제주/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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