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팬도 격려댓글 주렁주렁 달아요”

WKBL-TV 해설위원 1년째 유영주

WKBL-TV 해설위원 1년째 유영주

‘포워드 신화’서 거침없는 입담꾼 변신
마당발 친화력 살리니 접속자 5배↑

“변연하 선수는 한마디로 ‘미친 슈터’예요. 정말 대단합니다.”

“프라이드에 효도르가 있다면 여자농구에는 신정자 선수가 있어요. 웃는 모습이 닮지 않았나요?”

유영주(36) 여자프로농구 해설위원의 말에는 거침이 없다. ‘방송용’으로는 부적합한 표현도 많다. 하지만 ‘빽차’(에어볼)나 ‘후루쿠’(행운) ‘짱’(최고)이라는 용어는 기본이다. 그는 “전문농구용어보다 선수들이 흔히 쓰는 말을 하려 한다”고 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로 11년이나 활약한 유영주 위원이 요즘 인터넷에서 뜨고 있다. 그가 1년 전부터 시작한 여자프로농구 인터넷방송(WKBL-TV)에서 거침없는 입담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 방송 초기 경기당 7천명이던 평균 접속자가 1년새 3만5천명으로 다섯배나 늘었다. 순간 접속자는 10만명을 넘기도 한다. 댓글도 수만개씩 주렁주렁 달린다. 그중엔 “유 위원 입담에 흠뻑 빠졌다”는 글이 많다. 방송 초기 “안티팬 100만명이 목표다. 지는 팀을 위한 편파방송을 하겠다”던 그의 바람과는 정반대다. 유 위원은 “이제는 안티팬조차 격려를 보내온다”고 했다.

사실 그의 톡톡 튀는 말솜씨는 인터넷 방송과 딱 어울린다. 김정기 담당 피디는 “조금 더 세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할 정도다. 유 위원 해설에 매료된 누리꾼 중엔 “텔레비전 중계는 딱딱하고 지루해서 인터넷 중계만 본다”는 이들도 적지않다.

유영주 프로필

물론 논란이 일어난 적도 있다. 김지윤(국민은행)에겐 ‘옥동자’, 신정자(금호생명)에겐 ‘효도르’라고 표현한 뒤엔 인터넷이 들썩였다. 유 위원은 “선수들과 친한 덕분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신정자 선수는 ‘요즘 언니가 안 씹어서 재미없다’고 할 정도”라고 했다. 경기 뒤 선수대기실까지 직접 찾아가는 ‘라커룸 인터뷰’는 선수들과 두루 친한 유 위원만이 할 수 있는 일. 그는 해설이 없는 날엔 누리꾼으로 돌아간다. 그는 “집에서 인터넷중계 보면서 직접 댓글을 단다”고 했다.

유 위원은 현역시절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인천 인성여고를 졸업하던 199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여자 허재’, ‘여자 현주엽’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SK증권을 세번이나 실업무대 정상에 올려놓았고, 최우수선수상도 숱하게 받았다. 7년 연속 베스트5는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농구인들은 “파워포워드로는 100년에 한번 나올만한 선수”라고 입을 모았다.

그는 어린 시절 “언니의 농구화가 신고 싶어” 농구를 시작했다. 그 언니는 현재 프로농구 창원 LG 마케팅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 인연으로 유 위원은 LG세이커스 인터넷 홈페이지에 농구칼럼도 쓰고 있다. 유 위원은 “해설이 재미도 있고 부담도 된다”면서 “그래도 농구장에 나와 여자농구 팬들과 만나는 게 마냥 즐겁다”고 했다.

글·사진 김동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