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100주년 기념 올드스타전
“타임 부르라고 해~. 힘들어 죽겠네”
“자유투 2개 주는게 맞나? 룰도 헷갈리네.”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추억의 남녀 농구스타들이 총출동했다. 한국농구 100주년 기념행사로 열린 올드스타전. 신선우 김동광 강정수 강동희(청팀), 김진 김유택 이민형 허재(백팀) 등 1970~80년대 농구스타들이 40~50대 장년이 돼 코트에서 다시 만났다.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듯 옛 스타들은 배불뚝이 아저씨가 됐고, 머리에는 하얀 서리가 내렸다.
경기는 해프닝의 연속이었다. 허재(42) KCC 감독은 “농구화가 없다”며 경기 전 상대팀 대기실에서 농구화를 빌려 신고 나왔다. 그는 경기중 농담을 하다가 옛 스승 양문의 심판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웃음을 선사했다. 심판조차 후반에도 점프볼로 시작하는건지 갸우뚱거렸고, 100㎏이 넘는 최부영(55) 경희대 감독의 3점슛은 림에도 못미쳐 폭소가 터져나왔다. 김유택(44) 해설위원은 경기 뒤 “그저 눕고 싶다. 몸이 안따라 준다”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래도 코트의 열기는 뜨거웠다. 현역시절 등번호 9번을 달고나온 허재 감독은 상대를 속이는 패스와 드리블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과거 중앙대와 기아 전성기를 이끌었던 백팀 허재-김유택 콤비의 호흡도 잘 맞았다. 청팀 정인교(38) 신세계 감독은 3점슛 2개를 꽂아 넣었다. 과거 삼성에서 센터로 활약했던 박상관(38)씨는 상대공을 가로채기해 텅빈 상대 골문을 향해 가자 관중석에선 “덩크슛”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의 최우수선수는 이민형(42) 전 삼성 코치. 그는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활약으로 양팀 최다인 11득점을 터뜨리며 백팀의 53-40 승리를 이끌었다.
여자부에선 조문주(43) 유영주(36) 정은순(36)씨가 나서 눈길을 끌었다. 조문주 전 성신여대 감독은 경기 뒤 “숨도 못쉬겠다”면서도 “현역 때도 이렇게 즐기면서 뛰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유영주 해설위원은 “6년 만에 처음 뛰어본다. 그래도 이따금 호흡이 맞는 것을 보면서 신기했다”며 웃음지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