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창원 엘지(LG) 오다티 블랭슨(가운데)이 슛을 하기 위해 골밑으로 들어가자 서울 삼성 이규섭, 테렌스 레더가 좌우에서 막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찰거머리 수비에 역전 3점슛 ‘1인2역’…삼성, 맞수 엘지에 3연승
3쿼터 7분께 서울 삼성 이규섭이 발목 부상을 당했다. 대신 박훈근이 코트에 들어섰다. 박훈근은 지난 시즌까지 창원 엘지(LG)에서 뛰었던 선수. 지금은 서장훈이 빠진 삼성에서 ‘백업 빅맨’ 노릇을 하고 있지만 프로 11년차의 노장이다.
박훈근이 투입됐을 때 삼성은 초반 큰 점수 차를 야금야금 까먹고 6점 차로 역전을 허용했다. 엘지는 특유의 속공이 살아나며 무서운 기세를 탔다. 반면 삼성은 이상민이 오른발가락, 이정석이 왼팔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데다 이규섭까지 벤치로 물러나며 어려움에 빠졌다. 그러나 박훈근이 승부의 물꼬를 바꿔놓았다.
6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삼성은 ‘조연’ 박훈근의 막판 활약으로 엘지를 83-79로 물리쳤다. 삼성은 이번 시즌 라이벌 엘지에게 3연승을 거두며 10승9패로 엘지·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5위로 올라섰다. 엘지는 삼성에게 막혀 동부에 이은 시즌 두번째 전구단 상대 승리를 4라운드로 미뤄야 했다.
이날만큼은 박훈근이 주연배우였다. 박훈근은 72-74로 뒤진 종료 3분여 전 재역전 3점슛을 터뜨렸다. 또 엘지 현주엽을 찰거머리처럼 따라붙으며 결정적인 가로채기로 팀 승리를 지켰다. 박훈근은 경기 뒤 “(친정 팀 안방이라) 창원체육관이 편안했다. (현)주엽이는 대학 때부터 같은 팀에 몸담아 습관을 잘 알고 있었다”며 기뻐했다.
1쿼터 한때 4-23까지 뒤졌던 엘지는 이현민(5점 5도움 1가로채기)의 속공과 조상현(19점·3점슛 여섯)의 3점포가 살아나면서 역전에 성공했지만 오다티 블랭슨(18점)이 막판 노마크 기회를 번번이 놓치며 쓰라린 역전패를 당했다. 엘지 신선우 감독은 “얼굴이 검은 선수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몸이 굳어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엘지는 79-81로 뒤진 종료 22초 전 마지막 공격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에게 공을 빼앗긴 뒤 오히려 속공을 허용하며 땅을 쳤다.
창원/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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