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요즘 탁구계가 시끄럽다. 천영석 회장 체제의 탁구협회에 대한 일선 지도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회장이면 선수 격려해주고 예산 확보해오고, 뭐 이런 일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회장이 총감독과 기술위원장, 심지어 총무가 할 일까지 하고 나서니….” 한 실업탁구팀 감독은 “천 회장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아집으로 탁구계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현정화 여자대표팀 감독이 돌연 기자들을 불러 협회의 무능과 회장의 독선을 비판하며 쏟아낸 얘기도 궤를 같이한다. “천 회장님은 선수선발은 물론 코치 인선에서도 감독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으셨어요. 감독은 선수기용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면서 성적에는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지요. 강희찬 코치를 올해 아시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해임시킨 뒤, 나도 모르게 복귀시켰습니다.”
2005년 5월 사령탑에 올라 2년5개월 남짓 대표팀을 이끌어온 현 감독은 “베이징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아 후배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한국탁구 미래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현 감독이 사퇴를 선언하자, 유남규 남자대표팀 감독이 비슷한 이유로 역시 사퇴의사를 밝혔다.
천영석 회장은 1929년생으로 80을 앞두고 있는 최고참 탁구인.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당시, 이에리사(현 태릉선수촌장)-정현숙(현 탁구협회 홍보이사)이 여자단체전 우승을 일궈냈을 때 대표팀 코치였다. 이런 공적으로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탁구계 대부 노릇을 자처해왔다. 하지만 2004년 일선 탁구인으로 처음 탁구협회 회장에 오른 그는 “총감독 역할까지 하겠다”며 협회의 상설기구나 감독 등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내려 적잖은 불만을 사왔다. 현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의 사퇴는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탁구협회는 천 회장 개인 것이 아니다. 또 회장이 할 일이 있고, 감독 등 지도자들이 할 일이 따로 있다. 그런데 천 회장의 행태는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협회 집행부가 사퇴를 선언한 두 감독 설득에 나선다고는 하나, 이미 마음을 떠난 이들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 탁구계 대부를 자처하는 천 회장의 용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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