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는 조직력·끈적한 수비로 상대팀 괴롭혀
3쿼터 중반. 마퀸 챈들러가 골밑에서 오른쪽 구석으로 빼준 공을 황진원이 깨끗한 3점슛으로 연결했다. 이현호의 수비 튄공잡기와 황진원의 가로채기는 곧장 속공으로 연결돼 순식간에 점수차를 벌렸다. 점수차보다도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파상공세로 상대 기를 완전히 꺾는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12일 전주 KCC 경기에서 보여준 안양 KT&G의 공수패턴이다. KT&G는 공격할 때 쉴새없는 패스로 외곽에서 단독찬스를 만든다. 대부분 외국선수는 여간하면 혼자 해결하지만 KT&G 외국선수들은 팀 플레이를 할 줄 안다. 또 수비에서는 찰거머리처럼 상대에게 달라붙어 종종 상대 공을 가로챈다.
속공은 125개로 10개팀 중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이 서로 노마크 찬스를 만들어주다보니 2점슛 성공률도 57.3%로 최고다. KT&G 돌풍의 비밀은 이런 톱니바퀴같은 조직력에 있다.
KT&G는 지난 9일 단독선두 원주 동부를 꺾더니 12일엔 공동 2위였던 KCC마저 누르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KT&G는 사실 이번 시즌 중하위권으로 분류된 팀. 주포 양희승을 자유계약(FA)으로 내주고 그 보다 이름값이 떨어지는 황진원을 받았다. 여기에 신인 양희종이 들어온게 전력 보강의 전부였다. 높이가 뛰어난 팀도 아니다. 그러나 유도훈 감독은 KT&G를 끈끈한 수비의 팀,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의 팀으로 바꿔놓았다. 주희정 황진원 은희석 이현호 김일두 양희종 등 누가 하나 수비나 스피드가 떨어지는 선수가 없다.
정규리그 우승도 노려볼만 하지만 유도훈 감독은 손사레를 친다. 그는 “우선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이 목표다. 정규리그 54경기 동안 과정에 충실하고 조직력을 더욱 키우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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