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선두부터 4위까지 모두 용산고 출신 감독
“듣고보니 그러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창진(44·원주 동부) 감독은 껄껄 웃었다. 3위 허재(42·전주 KCC) 감독도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며 웃음지었다. 2위인 막내 유도훈(40·안양 KT&G) 감독은 “선배님들이 모두 잘 되니 기분 좋다”며 겸손해했다.
2007~08 프로농구는 ‘용산고 천하’다. 10개 팀 감독 중 용산고 출신은 모두 4명. 그들이 모두 1~4위를 석권하고 있다. 1, 2, 3위 전창진, 유도훈, 허재 감독에 이어 맏형인 신선우(51·창원 LG) 감독이 단독 4위를 달리는 중이다.
최근엔 동문대결이 뜨거웠다. 지난 주말, 선두를 고공질주하던 동부 전 감독이 두 후배(KT&G와 KCC)에게 원투펀치를 맞고 휘청댔다. 올 시즌 첫 2연패를 당했지만 일요일 저녁엔 적장 허 감독과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했다. 12일엔 유 감독이 공동 2위였던 2년 선배 허 감독을 눕히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두 감독 모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뜨거운 승부였다. 유 감독은 경기 뒤 “오늘은 우리가 이겼지만 허재 형도 잘 됐으면 좋겠다”며 우애를 과시했다.
이들 네 감독은 프로팀에서도 둘씩 한솥밥을 먹었다. 맏형 신 감독과 막내 유 감독은 용산중·고, 연세대, 현대-KCC-LG까지 인연이 이어졌다. 12년 터울인 두 감독은 프로에서 감독과 코치로 10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우승 3번, 준우승 2번의 금자탑을 쌓아올렸다. 신 감독은 당시 “유 코치도 빨리 감독이 돼야할텐데…”라며 입버릇처럼 말했고, 올해 초 KT&G에서 러브콜이 오자, 주저없이 보내줬다.
전 감독과 허 감독도 인연이 깊다. 둘은 2002~03시즌 원주 TG삼보시절 감독과 플레잉코치로 호흡을 맞추며 챔피언에 올랐다. 전 감독은 지도자로서 첫 우승이었고, 허 감독은 재기에 성공하며 명예를 회복했다.
네 감독의 농구스타일은 모두 수비가 강하고 빠르다. 원로농구인 양문의(64·현 KBL 경기분석관) 선생한테 농구를 배웠기 때문. 양씨는 “제자들이 한결같이 지도자로 성공하니 그저 기쁠 뿐”이라며 흐뭇해했다.
지난해 프로농구는 1~4위팀이 모두 경상도 연고로,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경상도 시리즈’를 만들었다. 올해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는 ‘용산고 시리즈’가 될지 궁금하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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