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 씨름부 선수들이 단체전 4강전에서 말머리 가면을 쓰고 입장해 관중들의 시선을 모았다. 사진 대학씨름연맹 제공
[현장] 대학씨름 ‘젊은 모래판’
샅바를 맨 선수들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입구를 통해 등장했다. 슈퍼주니어 <로쿠커>, 원더걸스 <텔미>같은 음악들이 장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모래판은 사방에서 떨어지는 조명빛을 받아 쇼무대를 연상시켰다. 역사급(105㎏이하) 8강전에선 박정진(경남대)이 상대를 눕힌 뒤 음악에 맞춰 <텔미>춤을 췄다. 여학생들이 ‘꺄악’소리를 질렀다. 단체 4강전에선 경남대 7명이 <말달리자>노래에 맞춰 말머리 가면을 쓰고 입장했다. 모제욱 감독은 “주장이 4강에 오르면 말머리를 쓰자고 했다. 팬들에게 재미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씨름은 젊었고 공격적이었다. 2~3초 만에 승부가 갈리는 경기도 많았다. 단체전에선 선수를 머리 위까지 들어올려 뒤집는 장면도 나왔다. 경기시간을 1분으로 줄여 질질 끌지 못하게 한 덕이다. 밖으로 밀어내는 의도가 보이거나 샅바싸움을 하면 가차없이 주의를 줬다. 주심 2명이 1차대회부터 6차 최강전까지 책임지는 전담제로 판정의 일관성도 유지하게 했다. 장내아나운서는 선수들 프로필과 주특기, 기술을 설명하며 관중의 이해를 도왔다.
14일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 2007~2008 대학장사씨름 한마당 3차대회. 이변도 속출했다. 역사급에선 김지훈(용인대)이 올해 이 체급 전관왕 이승욱(동아대)을 꺾고 한마당에서 처음 우승했다. 왼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2년을 고생한 김지훈은 “얼떨떨하다”며 어쩔 줄 몰라했다. 장사급(무제한)에서도 박정석(경남대)이 올시즌 대학씨름 한마당에서 처음 정상에 올랐다. 그는 결승에서 육중한 몸(128㎏)이 무색하게 들배지기, 차돌리기 등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다.
성석윤 대학씨름연맹 전무는 “씨름 활성화를 위해 변화를 많이 고민했다. 프로씨름은 죽어가고 있지만, 씨름 한마당을 통해 대학팀은 해체 직전에 있던 팀들이 다시 살아나고, 선수숫자도 늘어났다”고 했다. 역사급 김지훈은 “텔레비전(MBC-ESPN)에 생중계되고, 음악도 나오니 경기를 하면서도 재미있다. 선수들 모두 지더라도 기술을 걸고 나오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횡성/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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