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F, 아시아 올림픽 예선 재경기 결정
한국 진상조사 요구…IOC 압박 결정적
한국 진상조사 요구…IOC 압박 결정적
중동심판들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얼룩졌던 2008 베이징올림픽 남녀 핸드볼 아시아지역 예선이 다시 치러진다.
국제핸드볼연맹(IHF)은 1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회를 열고 내년 1월 전에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다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시아지역 예선이 다시 열리는 것은 핸드볼 사상 처음이며, 다른 종목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이로써 한국남녀 핸드볼대표팀은 쿠웨이트(남자)와 카자흐스탄(여자)에게 빼앗겼던 본선행 티켓을 다시 찾아 올림픽 본선에 직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자대표팀은 지난 9월초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예선에서 요르단 심판 2명의 노골적인 편파판정으로 쿠웨이트에 8골 차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여자대표팀도 지난 8월말 아시아예선에서 심판 편파판정으로 일본에 1골 차로 지고 카자흐스탄에 1골 차로 이겼지만 결국 골득실에서 뒤져 홈팀 카자흐스탄에게 티켓을 넘겨줬다.
■ 재경기는 어떻게= 그동안 남녀핸드볼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은 아시아핸드볼연맹(AHF) 주관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다시 치러지는 대회의 조직위원회 구성과 심판 배정 등은 모두 IHF 주관으로 이뤄진다. IHF는 또 경기 장소와 대회 진행방식 등 세부내용을 사흘 안에 발표하기로 했다. 대륙별 2~3위 팀이 모여 치르는 세계대회 최종예선이 3월께 치러지는 점을 감안할 때 아시아지역 재경기는 1월께 열릴 전망이다. 이 대회 역시 남녀 우승팀에게만 베이징올림픽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
■ 재경기 결정 배경= IHF의 재개최 결정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박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IHF는 이집트 출신 하산 무스타파 회장이 AHF 회장이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인 쿠웨이트 왕자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의 지원으로 당선된 한계 때문에 AHF의 전횡에 무기력했다. 하지만 대한올림픽위원회(KOC)가 IOC에 적극적으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대한핸드볼협회도 남자부 한국-쿠웨이트전 편파판정 부분을 비디오로 제작해 160개 IHF 회원국에 보내는 등 여론화에 성공하면서 결국 재경기를 이끌어냈다. 정규오 대한핸드볼협회 국제팀장은 “IOC는 편파판정이 계속되면 핸드볼을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배제시키겠고 IHF를 압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재경기 의미= 남녀 핸드볼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둘과 은메달 셋을 일군 ‘효자종목’이다. 특히 2004아테네올림픽 때 여자대표팀의 투혼은 온국민을 감동시켰다. 하지만 중동심판들의 편파판정으로 아시아지역예선에서 티켓 획득에 실패하면서 세계예선을 거쳐야 했다. 특히 남자팀은 본선행이 매우 불투명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남녀 모두 세계예선을 거치지 않고 올림픽 본선행 가능성이 생겼다. 심판판정만 공정하다면 객관적 전력상 남녀 모두 우승이 무난해 보인다. 남자대표팀 김태훈 감독은 “마음이 설렌다. 반드시 올림픽 본선티켓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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