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시상’으로 본 2007년 스포츠계
‘패러디 시상’으로 본 2007년 스포츠계
다사다난했던 2007년 스포츠계, 어떤 일들이 잊을 수 없는 것들이었나? <한겨레>가 올해 스포츠계의 각종 사건에 대해 ‘조촐한’ 시상을 하며 패러디했다. 이름 하여 ‘2007 스포츠 같기도 시상’이다.
■ 거침없이 하이킥상
박태환(18·경기고3)은 힘차게 물살을 갈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첫 금메달을 따냈고, 김연아(17·군포수리고2)는 은반 위에서 가녀린 몸짓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2연패를 이뤘다. 덩달아 쇼트프로그램(3월 세계선수권)과 프리스케이팅(11월 러시아 그랑프리)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장미란(24·고양시청)은 고려대 자퇴 등의 속앓이를 극복하면서 라이벌 무솽솽(중국)을 제치고 사상 최초로 세계역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박태환·장미란의 거침없는 하이킥! 8월 베이징올림픽까지 ‘고고싱!’ “세계 신기록을 내는 건 수영 선수로서 꿈이고 베이징올림픽에서 내가 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박태환)
■ 무한도전상
강원도의 힘이 2% 부족했을까. 평창은 겨울올림픽 유치 재수에 나섰지만, 지난 7월 과테말라에서 끝내 이름이 불려지지 못했다. 삼수를 택한 평창은 2018년 겨울올림픽 문을 두드릴 계획. 평창과 달리 대구(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인천(2014년 아시아경기대회)은 도전 끝에 값진 성과를 올렸다. 이외에도 여자럭비팀과 상무여자축구단은 금녀의 벽을 허물며 세상을 향한 무한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 명당상 따뜻한 아랫목보다 더 좋은 곳,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10년 세월이 필요했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하얀 다리를 드러내며 맨발투혼을 보여줬던 박세리(30). 지난 11월 역대 최연소, 그리고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선구자라는 것은 어렵고 외롭다. 하지만 모두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 온다고 생각하면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고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박세리) 미국 프로야구 로저 클레먼스나 배리 본즈도 이 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나, 약물로 얼룩진 그들의 프로생활이 드러나면서 명당 자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 양치기소년상 프로야구 현대매각과 관련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와 하일성 사무총장의 올해 행보. “늑대(농협)가 나타났다!” 아니었다. “늑대(STX)가 나타났다!” 또 아니었다. “늑대(KT)가 나타났다!” 진짜 늑대(KT)는 나타났지만, 그들의 한 박자 빠른 말 한마디와 일방적인 신생팀 창단 발표로 구단들과 팬들은 헷갈리기만 했다. 그런데, “임기내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겠다”던 한국배구연맹 김혁규 총재는 내년 퇴진을 앞두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 추풍낙엽상 박찬호·서재응·김선우 등 메이저리거들은 올해 차례대로 마이너리그로 추락했고, 9월 마지막까지 메이저리그에 남아있던 선수는 김병현, 단 한명 뿐이었다. 이미 최희섭에 이어 서재응이 국내복귀를 결정했고, 박찬호는 ‘초청선수’로 내년 시즌 LA다저스 캠프에 참여하는 신세가 됐다. 류제국과 추신수, 백차승도 남아 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멀기만 하다. 박지성·이동국·이영표·설기현 등 국외파 축구선수들도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 신토불이상 허정무(1998~2000년)-거스 히딩크(2001~2002년)-움베르투 코엘류(2003~2004년)-조 본프레레(2004~2005년)-딕 아드보카트(2005~2006년)-핌 베어벡(2006~2007년), 그리고 다시 허정무로 돌아왔다. 국내파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권을 갖게 된 건 7년 만이다. “축구인생 모든 것을 걸겠다”는 토종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반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토종 감독을 거부하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 될성부른 떡잎상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유도 사상 최연소로 금메달을 땄던 왕기춘(19·용인대)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26·KRA)와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맞붙을 정도로 성장했다. 신지애(19·하이마트)는 9개 국내대회를 석권하며 세계여자골퍼순위에서 김미현·박세리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소녀궁사 곽예지(15·대전체중3)는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최연소 양궁대표에 뽑혔고, 투포환 이미나(12·전북 함열초6)는 육상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떡잎이 든든한 뿌리를 내려 세계로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기를….
■ 야신상
원래 최고 축구 골키퍼에게 주는 상이지만, 올해는 프로야구 SK 김성근 감독이 받는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내내 7개 구단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SK를 창단 8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김 감독 자신도 1984년 프로팀 감독 데뷔 후 첫 우승. SK 스포테인먼트 전략은 그와 함께 꽃을 피웠다. 야구인골프대회에 참가해서도 야구얘기만 했을 정도로 하루 24시간이 야구뿐인 그는 진정한 ‘야구의 신’.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히던 골키퍼 이운재(수원 삼성)는 아시안컵 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이동국·우성용·김상식 등과 함께 받은 ‘술상’ 때문에 후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 그라운드 추남상 프로축구
방승환(인천 유나이티드)은 FA컵 4강에서 심판 퇴장명령에 웃통을 벗어던졌고, 안정환(수원 삼성)은 2군 경기에서 상대 응원단의 야유와 조롱에 격분하며 관중석까지 올라가 항의하는 추태를 부렸다. 울산 현대 골키퍼 김영광은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팬들이 던진 물병을 도로 관중석에 집어던지기까지 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도 감정이 격해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우르르 몰려나와 대치하는 상황이 여러차례 빚어졌다.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는 프로스포츠 선수들, 진정 모범을 보이고 계신가요?
정리=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 명당상 따뜻한 아랫목보다 더 좋은 곳,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까지 10년 세월이 필요했다.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하얀 다리를 드러내며 맨발투혼을 보여줬던 박세리(30). 지난 11월 역대 최연소, 그리고 아시아선수로는 최초로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에 입회했다. “선구자라는 것은 어렵고 외롭다. 하지만 모두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 온다고 생각하면 무한한 책임감을 느꼈고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박세리) 미국 프로야구 로저 클레먼스나 배리 본즈도 이 상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나, 약물로 얼룩진 그들의 프로생활이 드러나면서 명당 자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 양치기소년상 프로야구 현대매각과 관련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상우 총재와 하일성 사무총장의 올해 행보. “늑대(농협)가 나타났다!” 아니었다. “늑대(STX)가 나타났다!” 또 아니었다. “늑대(KT)가 나타났다!” 진짜 늑대(KT)는 나타났지만, 그들의 한 박자 빠른 말 한마디와 일방적인 신생팀 창단 발표로 구단들과 팬들은 헷갈리기만 했다. 그런데, “임기내 새로운 구단을 창단하겠다”던 한국배구연맹 김혁규 총재는 내년 퇴진을 앞두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 추풍낙엽상 박찬호·서재응·김선우 등 메이저리거들은 올해 차례대로 마이너리그로 추락했고, 9월 마지막까지 메이저리그에 남아있던 선수는 김병현, 단 한명 뿐이었다. 이미 최희섭에 이어 서재응이 국내복귀를 결정했고, 박찬호는 ‘초청선수’로 내년 시즌 LA다저스 캠프에 참여하는 신세가 됐다. 류제국과 추신수, 백차승도 남아 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멀기만 하다. 박지성·이동국·이영표·설기현 등 국외파 축구선수들도 부상과 부진 등으로 이렇다할 활약을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 신토불이상 허정무(1998~2000년)-거스 히딩크(2001~2002년)-움베르투 코엘류(2003~2004년)-조 본프레레(2004~2005년)-딕 아드보카트(2005~2006년)-핌 베어벡(2006~2007년), 그리고 다시 허정무로 돌아왔다. 국내파 감독이 축구대표팀 지휘권을 갖게 된 건 7년 만이다. “축구인생 모든 것을 걸겠다”는 토종감독의 어깨가 무겁다. 반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토종 감독을 거부하고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 될성부른 떡잎상
왕기춘
■ 야신상
신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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