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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챔피언’ 최요삼 끝내 하늘로

등록 2008-01-02 18:46수정 2008-01-03 01:33

<b>이별 아는듯…‘젖은 눈가’</b>  최요삼이 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사판정 절차로 뇌파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를 받는 동안 최요삼의 눈가에 물이 고여 있다. 지인들은 “요삼이가 이렇게 가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이별 아는듯…‘젖은 눈가’ 최요삼이 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사판정 절차로 뇌파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를 받는 동안 최요삼의 눈가에 물이 고여 있다. 지인들은 “요삼이가 이렇게 가는 것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
온기 남은 장기 나눠주고…‘삶의 링’ 떠났다
뇌사판정 인공호흡기 떼고 장기적출…6명에 새생명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어머니·동생 눈물바다
1999년 세계챔피언이 됐다. 턱뼈가 부러졌다. 병원으로 가면서 자동차 창문을 내렸다. “내가 챔피언”이라고 외쳤다. 스폰서들은 그 소리를 듣지 않았다. 방어전을 치를 돈이 궁했다. 3년간 고작 네 번 링에 올랐다. 벨트를 뺏겼다. 벨트를 되찾겠다며 두 차례 세계챔피언에 도전했다. 벨트는 더 멀어져 갔다. 지난해 12월. 18개월 만에 다시 링에 돌아왔다. 일기장엔 “자신이 없어진다. 내일이 두렵다”는 고뇌가 있었고, “얼마 남지 않았다. 또 패장이 될 것인가?” “가자, 가자, 가자, 저 외로운 길 내 꿈이 있는 곳으로 가자, 요삼아”라는 자기 주문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털 챔피언에 올랐다. 은퇴하고도 남을 서른다섯의 나이였다. 지난달 25일 2차 방어전 12라운드에서 쓰러졌지만, 일어났고, 승리가 확정된 뒤에야 “글러브, 풀어줘”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깊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이 경기에서 이겼으니 올해 세계챔피언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가, 삼촌’ 2일 저녁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있은 최요삼 선수와 가족, 지인간의 마지막 면회에서 최선수의 조카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잘 가, 삼촌’ 2일 저녁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있은 최요삼 선수와 가족, 지인간의 마지막 면회에서 최선수의 조카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요삼은 2일 서울아산병원에서 뇌사 판정을 받았다. 판정위원 9명 중 7명이 참석해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뇌사판정위원회 위원장인 이정교 아산병원 교수는 “뇌출혈로 인한 두뇌압 상승이 큰 원인이다. 식물인간은 생체 조절 기능이 남아 있지만, 뇌사는 그것마저 소실한 상태”라고 했다.

가족들은 뇌파검사를 받는 동안 최요삼의 눈가에 물이 보였다고 했고, 그걸 눈물이라 여겼다.

“시합 준비하며 제대로 못 먹고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그게 제일 가슴 아프다. 세계챔피언 하면 뭐 한다고….” 어머니 오순이씨는 아들이 못다 흘린 눈물을 다 쏟았다.

<b>‘마지막 경기’ 될 줄 모르고…</b>  최요삼(오른쪽)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체육회관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헤리아몰의 안면에 펀치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 경기’ 될 줄 모르고… 최요삼(오른쪽)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체육회관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인터콘티넨탈 플라이급 타이틀 1차 방어전에서 도전자 헤리아몰의 안면에 펀치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권투는 김득구가 198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레이 맨시니(미국)에게 14회 케이오(KO)패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나흘 만에 숨진 뒤 15년 만에 복서를 또 잃었다. 최요삼은 4층에 있는 구민체육관에서 경기를 치러 사고 직후 들것에 실려 1층까지 힘겹게 내려와야 했고, 구급차가 빠져나갈 길을 미리 확보하지 못해 이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1년간 다섯 번이나 링에 오른 최요삼은 경기 직전 몸상태가 좋지 않았으나, 혈압과 맥박만 검사하는 메디컬테스트는 이를 미리 경고하지 못했다.

동생 최경호씨는 “늘 돈보다 소중한 게 있다고 말한 형의 뜻을 따라 장기 기증을 하기로 했다. 형의 심장이 어디 유학 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며 울먹였다.

최요삼이 평소 아버지처럼 여기는 박태훈(전 숭민프로모션 사장)씨가 2일 병원에서 최요삼이 마지막 경기 전날(12월24일)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최요삼이 평소 아버지처럼 여기는 박태훈(전 숭민프로모션 사장)씨가 2일 병원에서 최요삼이 마지막 경기 전날(12월24일) 보낸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최요삼은 3일 0시1분 인공호흡기가 꺼지고 심장 주위 대동맥이 묶여지면서 법적 사망이 선고됐고, 각막 2개·신장 2개·간·심장 등을 기증해 6명에게 새 삶을 줬다. 사망시간을 ‘3일 0시1분’으로 맞춘 건 어머니의 요청 때문이다. 3일은 96년 음력 11월25일에 숨진 최요삼 부친의 기일이다. 어머니는 “그래야 결혼도 못한 요삼이가 나중에라도 아버지와 같이 제삿밥이라도 얻어먹지 않겠느냐”며 눈물을 훔쳤다. 권투위원회는 김득구에 이어 두번째로 권투장을 치르기로 했다. 발인은 5일 예정.


최요삼은 통산 32승(19KO)5패의 전적을 남겼다. 생애 마지막 경기를 판정승으로 이긴 그는 장기 기증으로 32승에 또하나의 승리를 얹었다. 송호진 하어영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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