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석 대한 탁구협회 회장
젊은 지도자들 “독선운영·협회 사기업화” 성토
카페 개설·‘천회장 회사 용품 불매운동’ 압박
카페 개설·‘천회장 회사 용품 불매운동’ 압박
기술위원장까지 맡으며 시시콜콜하게 국가대표팀 운영에 관여해 물의를 일으켰던 천영석(78) 대한탁구협회 회장 퇴진운동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천 회장은 과연 무엇을 잘못했길래 국가대표 간판스타는 물론, 젊은 지도자들로부터 강한 퇴진요구를 받고 있는 걸까? 유남규 등 젊은 지도자들은 천 회장이 용퇴하지 않으면 29일 촛불시위까지 벌이겠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 퇴진 ‘범국민운동’ 카페까지 개설=포털사이트 네이버에는 ‘천영석 대한탁구협회장 퇴진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카페가 개설됐다. 회장 잘못을 고발하기 위한 것이다. 28일 김택수 대우증권 총감독이 천 회장 퇴진운동 일환으로 ‘버터플라이용품 불매운동’에 나서자, 대한항공 강희찬 감독, 삼성생명 여자팀 최영일 감독, KRA 박상준·김복래 코치 등도 퇴진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말 유남규·현정화 남녀대표팀 감독, 유승민(삼성생명) 주세혁(〃) 박미영(〃) 김경아(대한항공) 곽방방(KRA) 등 국가대표 간판스타들이 천 회장의 독선적 협회운영을 비판하며 그의 퇴진을 요구한 바 있다.
■ “탁구협회 천 회장의 사기업화” =일본 탁구용품 회사인 ‘버터플라이’ 한국총판(신남무역) 대표이사인 천 회장은 “탁구협회를 사기업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즉 △탁구협회 주최 각종 대회 프로그램에 무료로 버터플라이 광고를 게재했으며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아시아주니어선수권과 종별선수권대회 때도 무료로 버터플라이 펜스 광고를 했다는 것. 또한 학생선수들에게 버터플라이 제품을 사용하도록 유·무언으로 압박을 가했다거나 국제탁구연맹(ITTF)으로부터 공인받지 못한 버터플라이 탁구대를 국내대회에 사용하도록 천 회장이 보이지 않게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회장 추대 때 8억원 출연” 약속도 안지켜 =탁구협회를 지원하던 한국마사회(현 KRA)가 손을 떼자, 천 회장은 2004년 1월28일 회장추대위원으로 참석해 자신을 회장으로 선임해주면 연간 8억원 이상을 내고, 탁구계의 화합을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탁구계 일부인사들은 “천 회장이 약속한 출연금을 내지 않아 협회 재정을 악화시켰으며, 이로 인해 국가대표 선수의 국제대회 참가 및 훈련 축소 등을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 기술위원장에서는 사퇴했지만… =천 회장은, 지난해말 유남규-현정화 대표팀 감독이 “회장이 국제대회 때 선수기용에까지 관여했다”며 반기를 들자 이들을 경질하고, 서상길-윤길중 체제로 남녀대표팀 사령탑을 교체했다. 그러자 유승민 등 간판스타들은 이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대표단의 일본전지훈련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선수들 말을 종합해보면, 천 회장은 자신이 탁구계 최고선배라는 점을 내세워 자신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게 하는 등 독선적으로 협회와 대표단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악화되자 천 회장은 기술위원장에서는 물러났지만, 새 기술위원장을 그의 측근인사로 채웠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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