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핸드볼 대표팀이 30일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예선 재경기에서 일본을 꺾고 올림픽 진출이 확정되자 만세를 부르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도쿄/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3점차로 일본 꺾고 ‘남녀 동반 베이징행’
오영란-강일구 부부 ‘쌍끌이’ 승리 일궈
오영란-강일구 부부 ‘쌍끌이’ 승리 일궈
전날 밤 눈부신 선방으로 한국 여자 핸드볼팀 승리를 이끈 수문장 오영란은 다음날 경기를 앞둔 남편 강일구에게 “잘해”라고 한마디 했다. 특유의 무뚝뚝함이 묻어 있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30일 도쿄 요요기국립체육관 관중석에 앉은 오영란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강일구는 일본팀 슈팅을 막고 또 막아내며 아내의 마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한국 남자 핸드볼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재경기에서 골키퍼 강일구의 선방을 앞세워 일본을 28-25로 꺾고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3회 연속 진출에 성공했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이후 6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김태훈 감독은 “초반 기선제압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출발은 불안했다. 일본 선수들은 골을 넣었을 때는 물론이고 수비 하나만 막아도 과장된 몸짓으로 기를 올렸다. 일본의 최고 인기스타 미야자키 다이스케는 골을 넣은 뒤 한국팀 벤치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주먹을 흔드는 골 뒤풀이로 신경을 건드렸다. 한국팀 에이스 윤경신(2골)에게는 수비 2명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한국은 ‘지일파’ 백원철(9골)과 이재우(4골)가 좌우에 포진해 공격을 풀어갔다. 골키퍼 강일구는 무려 17개를 막아내며 전날 아내보다 더 큰 활약을 선보였다. 강일구는 경기 뒤 “미야자키 등 일본 선수 슈팅 스타일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라며 “부부가 베이징에 함께 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관중석에서 강일구가 골을 먹으면 안타까움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선방이 나올 때면 옆에 앉은 후배 골키퍼 이민희를 얼싸안고 파이팅을 외친 오영란은 경기 뒤 “조마조마했다. 어제 나보다 오늘 일구씨가 더 잘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국은 후반 15분 23-17, 6점 차로 점수를 벌리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8분 동안 골 침묵을 지키는 사이 일본은 미야자키 다이스케(5골)를 앞세워 불같이 추격했다. 그러나 한국은 백원철이 쐐기포 3개를 꽂아넣으며 승리를 지켰다. 김태훈 감독은 경기 뒤 “쿠웨이트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뒤 눈물을 흘린 일본의 미야자키는 “응원에 보답하지 못해 미안하다. 실력을 더 키우겠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도쿄/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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