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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의 ‘난형난제’ 이용호-승호 형제

등록 2008-02-29 22:34수정 2008-03-02 16:26

형 이용호(오른쪽)와 동생 이승호가 수원시청 씨름장에서 샅바를 맞잡고 웃고 있다.
형 이용호(오른쪽)와 동생 이승호가 수원시청 씨름장에서 샅바를 맞잡고 웃고 있다.
초등학교때 첫 샅바 잡아…우승 바통 주거니 받거니
“아우야 결승서 만나자”…“형, 나도 장사한번 해보자”
그 날 얘기부터 꺼냈다. 지난달 7일 설날씨름대회 백마-거상급(90㎏ 이하) 통합장사 16강 단판승부에서 형이 동생을 눕힌 그 경기. “나도 형을 이기고 싶었죠. 그런데 참 그게 마음대로…. 씨름의 반을 나에게 가르쳐준 사람이 형이니까요.” 동생은 형의 주특기를 뻔히 알고도 들배지기에 넘어갔다. 두 형제가 공식대회에서 샅바를 처음 맞잡은 경기였다.

“형제 모두 씨름을 한 걸 후회한 적은 없냐”고 물었다. 형(1m82)과 동생(1m85)은 훨친한 키와 탄탄한 근육질 몸을 지녔다. 외모도 준수해 제법 ‘스타성’도 갖췄으니, 차라리 한 명쯤은 ‘인기 종목을 해볼 걸’하는 생각을 가질 법도 했다. 형제는 “후회한 적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경기 전 두근거리는 그 기분도 좋고, 집중을 했다가 찰나에 승부가 갈리는 느낌도 너무 좋다. 샅바를 한번 잡아보면 그 재미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용호(24)-이승호(22·이상 수원시청) 형제. 대구 대동초-대구 영신중·고-인하대까지 함께 다닌 이들은 국내 최초 실업씨름 형제 선수다. 형제가 실력이 좋다보니 스카우트 표적이 돼 대학과 실업까지 소속팀이 같아졌다.

형은 초등학교 3학년 때 교내 씨름대회에서 1등을 하며 씨름부에 발탁됐다. 한 학년 밑인 동생은 2년 뒤 샅바를 잡았다. “그냥 친구 따라 씨름부 구경갔는데 거기에 형이 있는 거예요. 매일 늦게 집에 오기에 밤까지 노는 줄 알았더니 거기서 씨름하는 줄 몰랐죠.” 키가 컸던 동생도 감독의 눈을 피해가지 못했다. 4남매 중 아들 둘이 모두 씨름을 하게 됐지만, 집에선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동생이 입문하던 그 해, 형은 전국대회 초등부 첫 우승으로 동생을 반겼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형이 한 해 2~4개 전국대회를 휩쓸고 지나가면, 동생이 이어서 그 우승을 다시 수집해가는 식이었다. 형은 지난해 실업대회 대통령기 1위에 올랐고, 대학 2학년 때 어깨수술을 받아 1년을 쉬었던 동생은 지난해 재기 무대에서 대학부 전국 4관왕을 차지했다.

엉뚱한 면이 있어 형의 별명은 ‘4차원’, 동생은 더 엉뚱해서 ‘5차원’으로 불린다고 한다. 형이 “동생이 밭다리·안다리 등 기술이나 운동신경은 나보다 낫다. 동생이 실업 1년차인데 내년엔 더 좋아질 것”이라고 하자, 동생은 “아플 때도 포기하지 않는 형의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했다. 형은 고교 시절 무릎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형은 “민속씨름에서 거상장사(90㎏ 이하) 타이틀을 따는 게 꿈인데, 결승에 동생과 함께 올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동생은 “그 땐 양보없다”고 했다. “나도 장사 한번 해야 하니까…”라면서 웃는데, 그 웃음이 형을 빼닮았다.

수원/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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