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34·케이씨씨), 이상민(36·삼성). 왼쪽부터
서장훈(34)이 전주 케이씨씨(KCC) 입단을 발표하던 지난해 5월27일. 그는 울산 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의 구애를 뿌리치고 왜 케이씨씨를 택했냐는 물음에 한 ‘형님’의 이름을 꺼냈다. “연세대 선배 (이)상민이 형과 농담처럼 ‘은퇴하기 전 다시 함께 뛰어야 할 텐데’라고 했다. 날 잘 아는 형이니까 편하게 농구할 수 있을 것 같다.”
3일 뒤. 케이씨씨는 서장훈 영입 대가로 서울 삼성에 간판스타 이상민(36)을 보상선수로 내줬다. 10년간 몸담은 케이씨씨를 떠나게 된 이상민은 배신감에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 입단식엔 면도도 하지 못한 초췌한 얼굴로 나타났다. 당시 그는 “장훈이와 손발을 맞춰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같은 팀에서 우승을 이루고 싶었던 두 사람. 서장훈은 하행선(전주), 이상민은 상행선(서울)을 타고 엇갈린 둘이 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07~2008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마주한다. 둘이 친정팀을 상대로 맞대결하는 것도 그렇지만, 농구명가 삼성과, 현대의 뒤를 이은 케이씨씨가 맞붙는 점도 흥미를 높이고 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2회)과 챔피언전 최우수선수(1회) 횟수까지 똑같은 이상민과 서장훈은 그 균형도 이번 결과에 따라 깨질 수 있다.
정규리그 2위로 4강에 직행해 보름여 동안 체력을 비축한 서장훈은 대학팀들과 연습경기를 하며 감각을 유지했다. 정규리그 통산 득점 1위(9903점)에 올라있는 서장훈은 이번 시즌 리바운드 국내선수 부문 1위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서장훈은 “시즌 막판 7연승 때처럼 집중력을 이어가면 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상민은 창원 엘지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7점(3점슛 3개)을 쏟아붓는 등 2연승으로 팀의 4강행에 앞장섰다. 이상민은 “팀을 옮기는 등 힘든 시즌을 보냈는데, 케이씨씨를 잡고 챔피언전에 올라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강한 열의를 보였다.
삼성이 이번 시즌 케이씨씨와의 상대전적에서 4승2패로 우세이지만, 그 중 2경기는 종료 버저비터로 승부가 갈릴 만큼 팽팽했다. ‘높이’는 케이씨씨가 좋지만, 삼성은 스피드가 빠른 가드진이 풍부한 게 강점이다.
팬들도 포스트시즌 최고 흥행카드인 4강 1차전을 앞두고 들썩이고 있다. 체육관 지정석 550장은 예매 10분 만에 동이 났다. 케이씨씨는 4800여 좌석이 꽉 찰 것으로 보고, 체육관 주차장 야외 중계응원을 준비 중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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