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수(36·CJ레이싱). 사진 신소영 기자
“시속 300km 나도 무서워…그래도 가장 행복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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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겠는가? 4살 때 삼촌이 집에 몰고온 ‘브리사’ 승용차를 몰래 운전하고 거리로 나갔다고 하면…. 초등학교 땐 아버지의 ‘포니’ 승용차를 끌고 다녔다. 카레이서로서의 천재성은 가히 타고났음직하다. “눈으로 보고 배웠죠, 뭐. 아버지가 가르쳐 주시기도 했고요.”
2000년대 초반 그는 국내 ‘카레이스의 황제’였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국내 최고 자동차경주 클래스인 GT1 시리즈를 3연패했다. 1천여명에 달하는 팬클럽(킴스클럽)도 생겼고, 자동차업계에서 신차가 나왔다 하면 ‘한번 타보고 평가해달라’는 요청도 쇄도했다. 하지만 일본무대(슈퍼다이크리그)에 잠시 진출했다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후 그는 2006년부터 케이지티씨알(KGTCR) 대표이사를 맡아, 국내 최대 자동차경주대회인 씨제이(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규칙 제정과 운영 등에 기여했다.
그런 그가 다시 카레이스 무대로 돌아온다. 주인공은 김의수(36·CJ레이싱). 팬들은 ‘황제의 귀환’이라고 들떠 있다. “아직 이 바닥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체력만 버텨주면 50살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4년 만의 컴백무대는 18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리는 2008 씨제이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2전. 신설된 슈퍼6000 종목에서 챔피언에 도전한다. 국내 최고 레이서들이 6천㏄ 엔진의 차량(스톡카)으로 스피드를 겨룬다. 최고시속 300㎞까지 나온다. 그는 “이런 속도에 이르면 무아지경에 빠지고, 모든 걱정도 사라져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된다”고 했다. 연예인 레이서 류시원도 이 종목에 출전한다.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360톤이나 되는 점보 747 항공기가 뜰 때 속도는 260㎞인데, 1톤 밖에 안되는 자동차가 300㎞로 달린다고 생각해보세요. 날아갈 것만 같아요. 그래서 저도 무섭습니다. 그러나 그런 속도에도 차를 바닥에 붙도록 하는 게 과학입니다.”
김의수는 국내에 굴러다니는 차는 많은 데 일반인들이 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드라이빙 스쿨’이 없는 게 무엇보다 아쉽다고 한다.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70%가 타이어 공기압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러나 차에 대한 이런 기본상식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의 궁극적인 꿈은 모토스포츠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운전학원에서는 운전기술만 가르칩니다. 일반인들에게 자동차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르쳐 모토스포츠도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레이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의지와 열정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그것이 다일까? “정말 필요한 것은 돈이지요.” 한가지 더. 그는 카레이스 등 모토스포츠에는 교본이 없다고 했다. “브레이크 밟으면 차가 서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가는 등 기본원리만 있지, 코너링 등 모든 기술은 드라이버의 몫이지요.”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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