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 윌리엄스(왼쪽)가 6일(한국시각) 윔블던테니스 여자단식 우승패를 들고있는 사이 동생 서리나 윌리엄스는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런던/AP 연합
윔블던 ‘집안 싸움’ 언니 승리
복식선 비너스-서리나 함께 우승
복식선 비너스-서리나 함께 우승
언니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시종일관 웃지도, 화내지도, 투덜대지도 않았다. 가끔씩 네트 앞에서 가볍게 “와우”라는 말만 했다. 동생은 달랐다.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질렀고, 테니스 라켓을 땅바닥에 던지려고도 했다. 언니는 언니답게 어른스러웠고, 동생은 동생답게 언니앞에서 맘껏 투정을 부렸다. 윔블던에서 5년 만에 펼쳐진 자매대결의 승자는 언니였다. 비너스 윌리엄스(28·세계 7위·미국)는 6일(한국시각) 올잉글랜드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08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동생 서리나 윌리엄스(27·6위)를 2-0(7:5/6:4)으로 누르고 생애 5번째 윔블던 우승컵을 차지했다. 2년 연속 윔블던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7번째 우승. 비너스는 경기 도중 윔블던 대회기록인 129마일(208㎞)의 강서브를 내리꽂기도 했다. 단식 우승상금은 75만파운드(약 16억원). 1세트 승부가 갈린 것은 9번째 게임이었다. 4-4 동점인 상황에서 비너스는 4차례 듀스 끝에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지켜내면서 승기를 잡았다. 2세트 3번째 게임에서는 7차례나 듀스접전을 벌여 서리나가 이겼지만, 비너스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면서 세트를 따냈다. 초반 유리한 경기를 이끌었던 서리나는 감정조절에 실패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비너스는 2002년, 2003년 윔블던 결승전 때 동생에게 당한 패배를 되갚았고, 메이저대회 결승 상대전적 5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비너스는 우승을 결정짓고도 동생을 의식해서인지 별다른 세리머니없이 미소를 지으며 관중들에게 가볍게 손만 흔들었다. 비너스는 경기 후 “테니스 선수이기 전에 맏언니이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였다. 내가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를 해서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을 이겨 혼냈을지도 모르는데) 아버지가 미국으로 가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아버지 리차드는 자매가 나란히 결승전에 오르자 “차마 못보겠다”며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어머니 오라신과 여동생들만 이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서리나는 “서브에 대한 대비가 부족해서 졌다”며 아쉬워했다. 경기를 지켜본 전 테니스 스타 존 매켄로(독일)는 “이전에는 비너스가 동생에게 져준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오늘만큼은 비너스가 경기에 집중한 것 같다”며 “지금껏 자매들 간의 경기 중 제일 치열했다”고 평했다. 비너스와 서리나는 몇시간 후 열린 여자복식 결승에서는 힘을 합쳐 리사 레이몬드(미국)-사만다 스토서(호주) 조를 2-0(6:2/6:2)으로 눌렀다. 윌리엄스 자매의 메이저대회 여자복식 7번째 우승. 윔블던 복식우승은 2000년과 2002년에 이어 3번째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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